경북 포항시 아파트 단지 전경. (자료사진) 2022.4.26/뉴스1
지방을 중심으로 ‘깡통 전세’ 우려가 커지고 있다. 빌라를 넘어 저가 아파트에서도 전셋값이 매매가격보다 높은 역전세 현상이 속속 나타나면서다. 저가 아파트가 밀집돼 갭투자 열풍이 불어닥쳤던 지방 위주로 ‘깡통아파트’ 위험이 확산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KB부동산 월간 시계열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기타지방(수도권과 광역시를 제외한 지역)의 아파트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은 75.4%로 나타났다. 지난해 7월(75.5%) 이래 약 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통상 전세가율이 70~80%를 웃돌면 깡통 전세의 위험이 크다고 본다. 이 경우 집값이나 전셋값이 떨어지면 세입자는 전세 계약이 끝난 뒤 전세보증금을 떼이거나 제때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미 지방에서는 전세가율이 80%를 넘는 곳이 적지 않다.
이미 일부 단지에서는 전셋값이 매매가격을 추월한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월 김해시 부곡동의 A 아파트의 전용면적 80㎡ 9층 전세 매물은 1억5500만원에 거래됐다. 그런데 2주도 지나지 않아 같은 동 10층 매물이 1억4950만원에 팔렸다. 사실상 같은 시기 매매가격보다 550만원 높은 가격에 전세 거래가 이뤄진 것이다.
경기도 평택의 B 아파트는 지난달 전용 59㎡ 전세 매물이 1억9000만원에 거래됐다. 같은 달 매매 거래는 이보다 1000만원 싼 1억8000만원에 이뤄졌다. 경북 포항시의 C 아파트 전용 84㎡는 4월 매매가격(1억2000만원)보다 1300만원 비싼 1억3300만원에 5월 전세 세입자를 들였다.
이들 지역은 대부분 저가 단지가 밀집한 곳으로, 갭투자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던 곳이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아실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이후 갭투자 매매거래 증가 지역 1위에는 경남 김해시(1512건)가 이름을 올렸다. Δ경기 평택시(1250건) Δ경북포앙시 북구(940건) 등도 상위권이었다.
다만 업계에서는 깡통 전세가 전국으로 번질 가능성은 적다고 본다. 역전세가 일반화되려면 외환 위기 당시처럼 집값이 크게 떨어져야 하는데, 수년간 상승분 대비 최근 집값 하락 폭이 훨씬 작기 때문이다. 최근 월세로 옮겨가는 수요자 비중이 늘어나면서 전셋값이 매매가격을 뛰어오를 정도로 크게 오르기도 어렵다고 본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서울이나 수도권 주요 지역에서는 비교적 저가인 도시형주택이나 빌라를 제외하고는 역전세 가능성이 희박하다”며 “하지만 앞서 투자 수요가 몰렸던 지방의 저가 단지들이나 전세가율이 70% 이상 되는 지역에서는 매수심리가 위축되면 깡통전세 위험이 불거질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