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일 당 중앙윤리위원회 징계 심의를 앞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최근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 때문에 고립되고 피해를 받고 있다”며 ‘약자 프레임’ 여론전을 펴고 있다. 지난달 말부터 공식석상에서 공개 발언을 하지 않는 것과 대조된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의 입장 표명은 대부분 언론 인터뷰 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이 대표는 성 상납 관련 의혹을 부인하면서 윤리위 징계 심의에 대해 부당함을 호소하는 한편, 지방선거 승리 이후 띄운 혁신위원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이날 공개된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윤핵관과의 갈등을 불식하고 화합을 도모해야 한다’는 지적에 “6월1일 지방선거 이후 모든 연속적인 일은 반대를 위한 반대였지 타협의 지점이 나올 만한 문제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 대표는 또 이날 오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윤리위 뒤에 윤핵관이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모르겠다. 다만 윤리위가 이러고 있는 김에 ‘우리가 하자’라고 누가 판단할 수 있는 것”이라며 “연관관계는 전혀 파악하지 못했지만 ‘까마귀가 날았는데 배가 떨어졌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윤리위 징계 결정을 절대 못 받아들이는 입장인가’라는 질문엔 “누차 얘기하는 것이 어떤 징계를 하려면 그에 대한 근거나 설명이 있어야 할 것”이라며 “그 설명을 당연히 들어보고 납득 가능한지 아닌지에 대해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윤리위의 시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징계 절차가 시작된 후 혁신위 공격과 우크라이나 간 것도 사적인 일정으로 간 것처럼 공격이 들어온다. 윤리위와 관계없이 소위 윤핵관이라고 하는 세력 쪽에서 들어오는 게 명백하지 않나”라고 주장했다.
지난 2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는 ‘법률적 시시비비를 떠나 당대표 직위를 일단 내려놓고 의혹을 해결해야 한다’는 질문에 “그것이 선례가 되면 앞으로 무엇이든 ‘카더라’ 의혹을 제기하면 당대표를 내려놓아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지난달 22일 ‘성 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과 관련한 당 윤리위 징계 심의 전후를 시작으로 보름 넘게 당 최고위원회의 등 공식 석상에서 공개 발언을 내놓지 않고 있다. 공식회의 이후 기자들의 질문에도 거의 응하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의원실이나 외부 행사 참석도 대폭 줄였다.
특히 원 구성 협상 등 여야 갈등이 첨예해지는 급박한 상황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을 향한 이 대표 특유의 날선 비판이 나오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민주당의 억지 주장에 논리적으로 반박하며 적극적으로 나섰다면 여야 협상에서 우리 당이 더욱 우위를 점했을 것”이라며 이 대표의 침묵을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이 대표를 향한 당 안팎의 압박은 연일 커지는 양상이다.
이인제 전 의원은 자신의 SNS에 “모레(7일) 징계가 결정되면 이준석만 죽는 게 아니라 당도 큰 상처를 입을 것”이라며 “당을 사랑하는 마음이 한 조각이라도 남아있다면 지금 용퇴하는 결단을 내려달라. 그렇게 하는 것이 당도 살고 이준석도 사는 길”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가 혁신위원 5명을 추천했다’는 사실관계가 틀린 발언으로 비판받았던 친윤(친윤석열)계 김정재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인터뷰에서 “최근 2~3일간 침묵 모드로 들어갔다고 한다. 이재명 민주당 의원이 108번뇌 그러시는데 우리 대표도 더 마음의 근육을 쌓는 시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혁신위에 참여 중인 김종혁 혁신위원은 전날 CBS라디오 ‘한판승부’에서 “이 대표가 발언을 삼갔으면 한다. ‘20일 내로 (지지율을) 올릴 수 있다’ 등의 표현을 보면 지금 당 대표로서 의무를 다 안 하고 있다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며 “억울한 게 있으면 방법을 통해 소명해야 하지만 밖에서 얘기하면서 본인을 고립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