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5월 이스라엘이 점령한 요르단강 서안에서 취재 도중 총에 맞아 숨진 팔레스타인계 미국인 아부 아클레 알자지라 기자(55) 사건이 미궁에 빠져들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4일 미 국무부가 “이스라엘군 총격으로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지만 (만약 그렇다 해도) 고의는 아니었다. (하지만) 총알이 어디서 날아왔는지 분명하게 결론내리기 어렵다”고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미 국무부는 이날 발표한 성명을 통해 “아클레 기자의 죽음이 의도적이라고 볼 이유를 찾지 못했다”면서 “전문가 검사 결과 (아클레 기자를 맞힌) 탄환이 심하게 손상돼 (탄도를 조사하기 힘들어) 출처를 알 수 없었다”고 밝혔다. 당시 사건 현장에서는 이스라엘방위군(IDF)과 팔레스타인 이슬람 지하드 파벌의 총격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아클레 기자는 5월 11일 요르단강 서안 북부 난민촌에서 취재하다 어디선가 날아온 총에 맞아 숨졌다. 그의 곁에 있던 동료들은 이스라엘군이 쏜 총에 맞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스라엘 측은 교전 상황에서 유탄에 맞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측은 아클레 기자 몸에 박힌 탄환을 미국에 보내 조사를 의뢰했다.
미국의 조사 결과가 13일부터 시작되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이스라엘 및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순방 직전에 나온 것은 공교롭다는 지적도 있다.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 사이에 분란의 씨앗이 될 수도 있는 사건을 사전에 일단락지어 순조로운 중동 순방 분위기를 만들자는 취지라는 얘기다.
카이로=황성호 특파원 hsh033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