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더워서 새벽에 잠에서 깨 샤워를 4번이나 했어요.”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발효 중인 가운데 5일 서울의 낮 최고기온은 34도, 체감온도는 35도까지 올라갔다. 전날에는 서울에 구름이 많이 낀 날씨로 밤에도 열이 식지 못하면서 밤 최저기온이 26.7도에 달해 열대야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기상청은 “더위로 인한 온열질환 발생 가능성이 높으니 영유아와 노약자, 만성질환자 등은 안전에 유의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고온다습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으니 야외활동은 자제하라는 취지다.
길게 늘어선 줄에서 만난 대부분은 끼니 해결이 여의치 않은 노인들이었다. 다소 일찍 찾아온 폭염은 이들에게 더 깊은 주름과 한숨을 안겨주고 있었다.
이차향(93)씨는 2년째 매일 아침 무료급식소로 와 식사를 하고 있다고 했다. 서울 강북구 수요동 지하방에 살고 있는 그는 선풍기 한 대로 올 여름을 나야 한다. 하지만 그는 “지하라 별로 안 덥다”면서 “지하이다 보니 조명을 계속 켜야 해서 전기세가 많이 나온다. 그래서 집에 오래 안 있으려 한다”고 말했다.
중랑구 면목동에 거주하는 최모(75)씨는 한달 전부터 이곳으로 식사를 하러 오기 시작했다. 최씨 역시 집 안에는 선풍기 하나 밖에 없다. 최씨는 “젊은 시절 사우디와 이라크에 3~4년 건설일을 하러 갔을 때 그때에 비하면 별로 더운 것도 아니다”면서도 “며칠 전에는 너무 더워서 새벽에 잠에서 깨 샤워를 4번이나 했다”고 말했다.
밤새 더위에 시달린 노인들은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다시 더위를 뚫고 이곳으로 모여들었다. 365일 운영되는 사회복지원각(구 원각사 노인무료급식소)은 무료급식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무더위에 지친 노인들에게 잠시나마 시원한 피난처까지 제공하고 있었다.
고영배 원각사 노인무료급식소 사무국장은 “무더위가 계속되다 보니 천막 안에서 대기하시다가 한번에 20~30명씩만 식사하러 들어가시도록 한다. 바깥에 오래 서있지 않게끔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기 천막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소수에 불과했다.
이곳에는 매일 오전 7시부터 무료급식 번호표를 받기 위해 수도권 각지에서 250여명의 노인분들이 모여든다고 한다. 번호표를 늦게 받은 이들은 그늘 하나 없이 더위를 견디며 차례를 기다려야 했다.
종로구청은 이날 무료급식소 인근에 이동식 에어컨 5대를 설치하고 있었다. 구청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대형 선풍기로만 했는데 올해 폭염이 심하다고 해서 냉풍기를 추가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방에 있는 것보다 나와있는 게 더 시원해서 나온다”며 “나와서 점심 먹고 집 들어가는 게 일이다”고 말했다.
한편 급식소 측은 무더위 외에도 물가 급등으로 식자재비가 비싸지면서 고민이 늘었다고 한다.
고 사무국장은 “지난해보다 20~30% 물가가 올랐다고 느껴진다. 하루 50~60만원 예산으로 식사를 준비하는데 그게 10만원 정도 오르더라. 한달에 300만원 정도 더 들고 있다. 일년에 1500~1800만원이면 준비할 수 있던 게 2000만원을 넘어가니 부담이 좀 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