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5일 오전 광주 북구 전남대학교 본부 1층 로비에서 취재진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8·28 전당대회 경선 룰을 두고 심각한 내홍에 휩싸였다. 전날 전당대회준비위원회가 제안한 룰 수정안을 당 비상대책위원회가 반나절만에 뒤집자 친명(친이재명)계 의원들이 “이 룰대로라면 이재명도 컷오프 대상”이라며 집단 반발했다. 4선의 안규백 전준위원장도 비대위 결정에 항의하며 5일 위원장직에서 사퇴했다.
논란이 된 핵심 쟁점은 △예비경선(컷오프)에서 중앙위원 투표 비중과 △최고위원 권역별 투표제다. 전날 전준위는 중앙위원과 국민 투표를 각각 70%, 30%씩 반영하는 안을 발표했지만 비대위가 이를 다시 현행 ‘중앙위원 100%’로 뒤집었다. 민주당 내에선 친문(친문재인)계는 중앙위원과 대의원, 친명계는 권리당원과 일반 국민 투표에서 유리하다는 해석이 많다.
이에 대해 전준위원인 친명계 김병욱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지난 선거에서 우리가 패배한 핵심 원인 중 하나가 민심을 반영하지 못한 정부의 실정과 당의 일방통행”이라며 비대위 결정을 비판했다. 반면 우상호 비대위원장은 이날 광주에서 기자들과 만나 예비경선에서 일반 여론조사를 반영하지 않기로 한 것에 대해 “후보자가 10명이 넘는 다수인 경우 일반 국민이 판단할 수 있겠느냐. 여론조사로 변별력 확보가 어렵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라고 맞섰다.
이번 갈등에 대해 결국 당이 ‘친명계’와 ‘비명계’로 본격 재편되는 과정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전준위의 룰 수정안이 친명계 요구 사안과 거의 동일해 사실상 ‘어대명 룰’이라는 당 내 불만이 적지 않았는데, 비대위 회의를 거치며 수정이 된 것”이라고 했다. 비명계의 비공식적 반발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해석이다. 친명계 좌장격인 정성호 의원도 공동 기자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실체는 모르지만 당의 변화를 막고 저항하기 위해 조직화된 기득권 세력이 비대위의 결정을 뒤집은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반면 친문 성향의 신동근 의원은 페이스북에 “전대 룰 관련 비대위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며 비대위를 옹호했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