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전통시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시스
물가가 6%대로 치솟고 앞으로 더 오를 것이란 기대 심리가 전방위로 확산하면서 13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결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장에선 물가 안정이 최우선 목표인 한은이 사상 처음 ‘빅 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5일 한은은 이환석 부총재보 주재로 ‘물가 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앞으로도 소비자물가는 고유가 지속, 거리두기 해제에 따른 수요 측 물가 상승 압력 증대, 전기료·도시가스요금 인상 등의 영향으로 당분간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가가 아직 정점을 통과하지 않았다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국제유가와 국제식량 가격이 상당기간 높은 수준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은 데다 당분간 국내 개인서비스물가 오름세도 확대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 부총재보는 “구매 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은 에너지, 식료품 및 외식을 중심으로 물가가 오르면서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 속도도 고려해야 한다. 지난달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 올린 연준은 이달 26~27일(현지 시간)로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도 최소 0.5%포인트 이상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다. 한국의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낮아지면 대규모 자본 유출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원화 가치가 하락해 수입물가가 오르고 국내 물가 상승 압력이 더 커질 수 있다.
다만 한은의 급격한 금리 인상은 취약계층과 기업의 채무상환부담을 늘려 민간 소비와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빅 스텝을 놓고 한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 물가와 향후 흐름으로 고려할 때 한은의 빅 스텝이 필요한 상황”이라면서도 “취약계층과 중소기업에 대한 정부의 핀셋 지원도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