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들이 말하는 허준이 교수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함께 박사과정을 밟은 김재훈 KAIST 수리과학과 교수에 따르면 허 교수는 음식 주문시간도 아까워 손님 없는 식당을 찾는 ‘지식 흡입가’다. 김 교수는 “2009년 9월부터 2011년 5월까지 일리노이대 수학과 건물인 알트겔드홀 지하 컴퓨터실에는 항상 종이와 프린터 토너가 부족했다”며 “매일 수백 장씩 논문을 프린트하는 한 학생 때문이었는데 그가 바로 허준이였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그렇게 인쇄한 논문을 모두 꼼꼼히 밑줄을 치며 읽고 그 종이에 본인의 생각을 적어뒀다고 한다. 글씨체도 화려했다.
김 교수는 “한번을 포커를 치는데 허 교수 본인이 든 카드가 먼저 죽자 남은 사람이 배팅하는 시간 동안 가방에서 논문을 꺼내 읽었다”며 “물건을 사는 데 드는 시간이 아까워 가격을 비교하지 않고 무조건 제일 비싼 물건을 사는 등 본인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부분에는 전혀 가치를 두지 않았다”고 했다. 그렇다고 인생을 즐기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인생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행복에 집중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한다.
국제수학연맹(IMU) 제공
허 교수는 중학교 때부터 친구인 박준택 씨를 자신을 가장 잘 아는 친구라고 소개했다. 박 씨는 허 교수에 대해 “준이는 중학생이 하룻밤 사이 썼다고 믿을 수 없는 섬세하고 아름다운 소설을 발표했다”며 “준이가 당연히 글 쓰는 사람이 되리라 믿었다”고 말했다. 서울 방일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이수중학교를 다니던 허 교수는 예술에 빠져들었다. 시와 소설처럼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드는 것에 열중했다.
박 씨가 기억하는 중학교 2학년 시절의 허 교수는 두꺼운 책을 학교에 가져와 읽는 척하는 ‘이상한 아이’였다. 박 씨는 “뒷산에 올라 세계를 관찰하다 내려와 아무도 없는 성당에서 전날 작곡한 곡을 피아노로 연주하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김미래 동아사이언스 기자 futurekim9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