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물가 6% 올라 24년만에 최대폭
5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통계청이 5일 발표한 6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6.0% 올랐다. 뉴스1
식품회사 곡물구매 담당인 A 씨는 최근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 코로나19로 물류난이 이어지는 가운데 곡물가가 급등하며 새로운 공급처를 찾아야 하는 미션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는 “정부는 기업에 생필품 가격 인상을 자제하라는 압력을 넣고 있지만 뾰족한 수가 없어서 고민”이라고 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전년 동월 대비)로 24년 만에 최대 폭을 나타내면서 ‘식품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원·부자재 값과 인건비 등 가격 인상 요인이 계속 누적되며 올해 하반기(7∼12월) 라면 과자 등 서민 식품을 위주로 다시 가격이 들썩일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 인상 주기는 짧아지고 인상폭은 확대
5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주요 외식 프랜차이즈와 식품업체들이 지난해 말부터 잇달아 가격을 올린 데 이어 최근에도 다시 한 번 가격 인상을 단행하고 있다. 국제 유가 상승과 물류 대란이 해소되지 않은 데다 올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곡물 등의 가격도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최근엔 가격 인상 주기가 갈수록 빨라지고 인상폭도 커지고 있는 게 특징이다. 롯데리아는 지난해 12월 주요 제품 가격을 평균 4.1% 올린 데 이어 지난달 총 81개 품목 판매가격을 또 인상(평균 5.5%)했다. 불과 반년 사이 가격을 또 올린 것. 오뚜기 마요네스(300g)는 지난달 10.5% 올렸는데 최근 1년여간 상승폭만 44.8%에 달한다.
○ 하반기 과자·라면값 줄인상 우려
더 큰 문제는 이제부터다. 정부 눈치와 소비자 반발 등으로 가격 인상을 억제해왔던 식품업체들도 이제 한계 상황에 이르렀다는 분위기다.2013년부터 9년째 가격을 동결해온 오리온도 최근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나섰다. 오리온 관계자는 “원·부재료 가격에 더해 에너지 비용이나 물류비까지 다 오르고 있다”며 “여러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지난달 한국은행의 지역경제보고서에 따르면 올 들어 가격을 인상하지 않은 기업 중 절반 수준인 53%가 ‘연내 인상 계획’이라고 답했다.
연세대 김정식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 대기업 등의 임금 인상 요구와 환율 상승 압박으로 하반기 물가 상승 요인이 더 있다”면서 “지난해 하반기에 워낙 물가가 많이 올라 기저효과는 있겠지만 국민 체감 물가 상승률은 매우 높을 것”이라고 했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