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가 된 X세대를 다시 주목해야 하는 이유
어느덧 40대와 50대 일부에 포진하며 한국 사회의 중년이 된 X세대는 MZ세대로부터 꼰대 취급을 받는 신세가 됐다. 그러나 나답게 살고자 하는 X세대의 ‘엑스 스피릿’은 권위에 항거하고 개인의 가치를 우선시하는 MZ세대 가치관의 원조다. 이들의 엑스 스피릿은 획일화돼 가는 현대사회의 모든 연령층에 꼭 필요한 가치다.
1970년을 전후해 태어나 1990년대에 20대를 보낸 X세대는 ‘대한민국 최초의 신인류’라 불리던 세대 구분의 첫 주인공이었다. X세대는 40대가 된 지금도 다양한 분야에서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2021년 기준, 국내 30대 그룹 임원의 47%가 X세대이며 네이버와 카카오의 경우 그 비율이 무려 90%가 넘는다. 경제, 산업 분야뿐만 아니라 대중문화계나 정치권에서도 X세대의 활약이 두드러져 보인다.
하지만 X세대의 현실은 서글프다. MZ세대에게는 꼰대 취급, 베이비붐 세대에게는 ‘덜 자란 어른’ 취급을 받는다. 앞선 세대가 만들어 놓은 수직적 조직 문화에 머리를 조아리는 한편, 위 세대처럼 되지 않겠다는 각오로 살아간다. DBR 347호(2022년 6월 2호)에 실린 X세대에 대한 해설을 요약해 소개한다.
○ 중년에도 청바지
X세대는 중년 마케팅을 거부한다. 20대에 입던 청바지를 40대에도 입는다. 이전 세대에는 ‘나이에 맞는 옷차림’이라는 불문율이 있었다. 하지만 X세대는 이를 따르지 않는다. 육체적 청춘의 연장이 불가능하단 사실은 잘 안다. 그렇다면 정신적 청춘을 연장하면 될 일이라고 생각한다.X세대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소비 집단이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20년 월 가계 지출에서 40∼49세 가구만 유일하게 300만 원을 넘겼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1년 인터넷 이용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온라인 경제활동을 가장 많이 한 연령층은 X세대가 속한 40, 50대다. 또한 X세대의 D2C(Direct to Consumer·소비자직접판매) 소비 비율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중년임에도 디지털에 능숙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X세대는 스스로를 위한 문화생활에도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한다. 물질적 보상이 아닌 정신적 해방감을 얻기 위해서다. 여자 아이돌에게 열광하는 삼촌 팬도 흔하다. MZ세대가 코인에 몰두하는 사이 X세대는 자신의 취향을 발굴하는 데 집중했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타의에 의해 결혼 시기가 늦춰지기도 했다. 급작스럽고 난도 높은 사회 변화로 ‘나홀로족’을 선택하는 비율이 크게 늘었다.
한편으론 빠르게 고령화되는 한국 사회에서 X세대는 조만간 고령화 현상의 중심을 차지할 것이다. X세대는 부모 세대에게 부채 의식을 갖고 부양 의무를 느끼는 마지막 세대가 될지 모른다. 동시에 자신의 자녀에게는 부양의 책임을 대물림하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젊은 시절 해외 배낭여행으로 여행 문턱을 낮춘 X세대는 중년이 돼서도 여행에 진심이다. 때맞춰 저가항공사가 출현하고 여행지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는 인터넷이 일상화된 것도 큰 역할을 했다. X세대는 등산복과 패키지여행 대신 청바지를 입고 자유여행을 떠나 여행지에서 현지인처럼 지낸다. 또한 X세대는 한국 현대사에서 끼니 걱정을 하지 않은 첫 번째 세대다. 중년이 된 X세대는 즐거움을 위해 미식을 즐긴다. 소주로 폭음하기보다는 와인과 위스키를 선호한다. 회식을 싫어하는 건 MZ세대와 마찬가지다.
○ X세대의 ‘엑스 스피릿’
X세대에 대한 담론이 처음 형성됐을 때 X세대는 “나는 남들과 달라”라는 문장으로 설명되곤 했다. 이 문장은 X세대뿐만 아니라 그 뒤를 잇는 모든 세대에게도 중요하게 받아들여져야 한다. 어쩐지 점점 더 몰개성화, 획일화돼 가는 현대사회에 꼭 필요한 정신이기 때문이다.현대 사회 속 개인들은 남들도 하는 똑같은 일을 더 잘하기 위해 인생의 너무 많은 시간을 소비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타인과의 경쟁보다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많은 시간을 투자해온 이들이다. 나답게 살아가려는 X세대식 사고방식, 즉 ‘엑스 스피릿’이 모든 세대에게 필요하다. X세대가 소환돼야 할 시점이 온 것이다.
김재완 작가 jy3180@hanmail.net
정리=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