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의원 선거 앞둔 日 현-전 총리 이견 “당내 주도권 다툼 서막 올랐다” 분석
10일 치러지는 일본 참의원 선거를 나흘 앞두고 일본 정부를 이끄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가 자민당의 미래 정체성을 좌우할 개헌 등에서 확연한 의견 차이를 보이고 있다. 보수 강경파인 아베 전 총리와 상대적 비둘기파인 기시다 총리의 당내 주도권 다툼의 서막이 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선거 승리를 발판삼아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내려는 소수파 출신 기시다 총리로선 당내 최대 파벌 수장으로 전국을 누비며 ‘선거의 제왕’ 이미지를 뽐내는 아베 전 총리가 부담스러운 상대다. 두 사람의 당내 주도권 경쟁은 참의원 선거 후 본격화될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노동자 배상 문제에 대한 한일 교섭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선 ‘자위대 보유’를 명기한 개헌과 관련해 두 사람은 의견 차이를 보이고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우크라이나는 우크라이나 군이 지키고 일본은 자위대가 지키는데 자위대가 위헌이라는 건 이상하지 않느냐”며 ‘육해공군 등 전력(戰力)을 보유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담은 헌법 9조 개정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 5일 아사히신문은 “전후 체제로부터 탈피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아베 전 총리가 자신의 임기 때 실현하지 못한 개헌을 기시다 정권에서 진행하려 한다”고 보도했다.
경제 분야에서도 아베 전 총리는 “물가가 조금 올라도 금융 완화를 계속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기시다 총리는 “물가로 고통받는 국민을 위해 정부가 책임지고 대응하겠다”며 다른 입장을 보였다.
방위비 증강 정책과 관련해 기시다 총리는 아베 전 총리의 주장을 반영해 ‘방위비 2% 확보’를 경제 기본방침에 명기했지만 방위비 증액 실무를 주도했던 시미다 가즈히사 방위성 사무차관을 퇴임시켜 파문이 일었다. 시미다 차관은 아베 전 총리의 비서관으로 6년 7개월간 근무했던 측근이다. 아베 전 총리 측이 그의 연임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 일본 최대 주간지 분케이슌슈는 “아베 전 총리가 ‘차관 교체는 국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분노했지만 기시다 총리는 ‘그렇게 결정했다’고 한마디로 답했다”고 보도했다.
한일 관계를 두고는 자민당 내에서 ‘한국이 양보해야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마이니치신문이 일본 참의원 선거 후보자를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52%가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등 현안에서 ‘한국 정부가 더 양보해야 한다’고 답변했다고 5일 보도했다. 자민당을 포함한 대부분의 정당 후보가 ‘한국이 더 양보해야 한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