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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싼 中전기버스 한국 공습… 올해 판매 2대중 1대꼴 차지

입력 | 2022-07-07 03:00:00

국내 최대 버스운송업체 KD그룹… 자회사 세워 4월에만 40대 직수입
2위 선진그룹도 조만간 도입 계획… 中전기버스, 현대차보다 1억 저렴
정부-지자체 보조금도 1억 달해… “규제만 믿은 국내업체 안이” 지적도




“국내 전기버스 2대 중 1대 이상은 중국산인 시대가 곧 온다.”

완성차업체의 한 관계자가 “중국산 전기버스가 국내 시장을 무섭게 잠식해 가고 있다”며 한 말이다. 국내 대형 버스 운송 업체들은 직수입 방식으로 중국산 전기버스를 도입하고 있다. 중국산 전기버스의 국내 영향력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6일 버스업계에 따르면 국내 버스 운송 1위 기업인 KD운송그룹은 올해 초 이엠코리아라는 자회사를 만들었다. 이를 통해 4월에만 중국 대형 전기버스 ‘CHTC 에픽시티’ 40대를 들여왔고, 하반기(7∼12월)에도 수십 대를 추가로 수입할 계획이다.

KD운송그룹은 전국에 18개 버스운수업체를 가지고 있는 국내 최대 버스 운송업체다. 올해 7월 기준 5500여 대의 버스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연간 수십∼수백 대의 버스를 대차(새 버스로 교체하는 것)해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매년 상당한 전기버스 수요가 나온다. 국내 2위 버스 운송업체인 선진그룹도 자회사를 설립해 중국으로부터 전기버스를 도입할 예정이다. KD운송그룹 측은 “자회사를 설립해 수입을 하기로 한 건 맞다. 추가 전기버스 구매 계획은 수립 중”이라고 말했다.

올해 1∼5월 국내에서 팔린 전기버스는 총 757대. 이 중 중국산 전기버스는 331대(43.7%)다. 같은 기간 214대가 팔린 현대자동차 전기버스 ‘일렉시티’ 판매량을 훌쩍 넘어섰다. 지난해 등록된 전기버스 1276대 중 중국산은 424대(33.2%)로 일렉시티(439대)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중국 전기버스가 점차 점유율을 높여가는 추세라는 점이 확인된다.

중국 전기버스의 최대 강점은 가격이다. 현대차의 전기버스 일렉시티 가격은 약 3억5000만 원 수준이다. 중국 전기버스 가격은 이보다 1억 원가량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3억 원 이하에 살 수 있는 것이다. 친환경 차량에 대한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보조금도 받을 수 있다. 서울시 기준으로 대형 전기버스의 보조금 총액은 1억∼1억5000만 원 정도다. 결국 최대 1억5000만 원만 있으면 중국산 전기버스를 구매할 수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국내 버스 규격 규제가 중국산 버스의 한국 진출 도화선이 됐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은 버스의 너비(전폭)가 2.5m 이하여야 한다. 그러나 해외 주요 버스 업체들의 버스 규격은 너비가 2.55m여서 5cm 차이로 수입할 수 없다. 버스를 이 규격에 맞춰 새로 개발하거나 개조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외국 기업들은 한국 시장 진출을 꺼려왔다.

이 틈을 중국이 파고들었다. 중국 전기버스 업체들이 너비 2.5m의 버스를 개발해 저렴한 가격으로 한국 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한국 버스들은 가격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고 값싼 중국 버스의 성능 및 안전성까지 점차 개선되면서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한편으로는 전기버스에 대한 중국 정부의 지원이 줄어들자 중국 전기버스 업체들이 한국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전기버스의 가격 경쟁력이 좋은데 성능과 안전성마저 점점 좋아지고 있다는 게 두려운 이유”라며 “2.5m 규제만 믿고 국내 업체들이 경쟁력을 키우지 못한 것도 중국산 득세의 또 다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내 버스 시장에서 중국 브랜드의 강세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