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미슐랭 가이드 홈페이지
정기범 작가·프랑스 파리 거주
파리 관광을 하면서 가 봐야 할 레스토랑들은 수없이 많지만 그중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 유서 깊은 레스토랑에 가 보는 것 역시 흥미로운 일이다. 우리로 치면 100년만 버텨도 노포로 이름을 올리는 것과 달리 파리에서 가장 오래된 레스토랑 세 곳만 해도 각각 3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이들 레스토랑에 들러 고풍스러운 외관과 실내 장식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를 찾아볼 수 있다.
파리에서 가장 오래된 레스토랑으로 알려진 라투르 다르장(La tour d‘argent·사진)은 앙리 4세가 즐겨 찾던 레스토랑으로 알려져 있으며 전 세계에서 최초로 포크를 사용했다는 설이 전해지는 장소다. 과거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에서 현재는 1스타로 떨어졌지만 자체 농장에서 엄격한 기준으로 사육한 오리에 일련번호를 매겨 고객에게 그 증서를 제공하는 특징은 여전하다. 이에 가장 인기 있는 음식은 단연 오리 요리다.
찰리 채플린,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 라이트 형제를 비롯해 전 세계 각국 정상과 각계각층의 저명인사들이 다녀갔으며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파리는 날마다 축제’,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같은 문학책에도 등장했다. 또한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픽사가 2007년에 만든 ‘라따뚜이’의 영감을 준 장소로 알려지면서 전 세계에서 몰려드는 미식가들이 지금까지 끊이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노트르담 성당과 센강이 내려다보이는 훌륭한 전망과 아름다운 석양은 평생 잊을 수 없는 식사를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다.
파리에서 세 번째로 오래된 레스토랑으로 유명한 르 프로코프(Le procope)는 1686년 문을 열었다. 몽테스키외, 디드로, 볼테르와 같은 계몽 사상가들로 대표되는 이른바 백과사전파(派)들이 드나들면서 식사를 했던 곳으로 알려진 이곳의 입구에는 나폴레옹이 외상값 대신 두고 갔다는 모자가 진열되어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발사믹 소스가 들어간 송아지 간 요리나 송아지 머리 코코트(cocotte·작은 냄비요리), 닭에 감자나 당근 등을 넣고 포도주로 푹 삶아낸 코코뱅 등을 추천한다.
정기범 작가·프랑스 파리 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