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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企 “원재료값 48% 올라도 납품가 인상 10%뿐”… 대기업 “납품가 10% 올리면 中企수요 1.5% 줄어”

입력 | 2022-07-07 03:00:00

[무너지는 수출기업 생태계]
‘원자재값 상승분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 찬반 논란
정치권 여야 구분없이 제도 도입 추진
“일괄적 법규제땐 시장 부작용” 반론에 이영 “대기업-中企 공론화 과정 참여 필요”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을 다시 만난다면 원자재 가격 인상분이 납품단가에 반영되지 않아 피해가 전가되고 있다는 점을 건의하고 싶습니다.”

올해 1월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신분으로 찾았던 인천 남동공단의 자동차 부품업체 K사. 당시 윤 후보에게 이 회사 대표가 건의했던 건 업종별 주 52시간제 차등 적용이었다. K사 측은 지금 만약 대통령에게 말할 기회가 생기면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을 부탁할 거라고 했다. 철강제품을 사오는 비용은 급격히 늘었는데 상위 협력사에 납품하는 가격은 그대로라 일을 하면 할수록 손해를 본다는 하소연이다.

원자재 가격 상승이 장기화되고 협력업체 생태계 붕괴 우려가 커지면서 ‘납품단가 연동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여야 구분 없이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일괄적인 법 규제가 시장에서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목소리도 높다.

납품단가 연동제는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의무적으로 납품단가에 반영하는 제도다. 정부는 원자재 가격 상승이 중소 협력업체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며 올해 하반기(7∼12월) 시범운영 계획을 밝혔다. 납품단가 연동제는 2008년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며 공론화된 바 있지만 도입되진 않았다.

납품단가 연동제를 둘러싼 협력업체와 대기업의 찬반 논리는 첨예하다. 중소 협력업체들은 원자재 가격 상승분이 납품단가에 반영되지 않아 영업이익률이 감소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중소기업중앙회가 209개 중소제조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20년 대비 2021년 원재료 가격은 평균 47.6% 상승한 반면 납품단가 상승률은 10.2%로 나타났다. 영업이익률은 7.0%에서 4.7%로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대기업 측은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이 오히려 중소기업과 소비자 피해로 돌아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원자재 가격이 10% 상승할 때 납품단가에 이를 반영하면 국내 중소기업 제품 수요는 1.45% 감소하고 해외 기업 제품 수요가 1.21% 증가할 것으로 추정됐다. 최종 생산품의 가격을 끌어올려 현재의 고물가를 더욱 자극하고 소비가 위축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일부 대기업이 협력사들과 자율적으로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납품단가에 반영하고 있는데 일률적인 법제화가 오히려 이를 위축시킬 것이란 지적도 있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법안을 공론화하는 과정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합의점을 보고 공감대를 이루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송창석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는 “어느 정도의 인상분은 협력업체가 감당하고 추가 인상분을 대기업과 협력업체가 공동으로 분담하는 합리적인 제도를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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