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 급증으로 인해 약국에서 나타난 해열제와 종합감기약 품귀 현상. 2022.3.23/뉴스1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유행 대비책 마련에 나섰지만, 정작 재택치료 시 사용하는 해열제·소염진통제 등의 약값(건강보험 급여 상한금액)을 인하할 계획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정부의 요청에 따라 코로나19 감기약 생산량을 긴급하게 늘렸는데 엉뚱하게 ‘사용량-약가 연동제도(PVA)’ 적용으로 약값만 내려가는 꼴이라는 입장이다. 이로 인해 향후 품귀 현상 재발 시 적극 참여하기 어렵다는 말도 나온다.
7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사용량-약가 연동제는 국민건강보험 재정 고갈 위험을 줄이기 위해 약제비 지출의 합리성을 추구하기 위해 시행 중인 제도다. 약 처방으로 인해 제약사가 공단에 청구하는 보험급여액이 전년도 기준 금액이나 예상액을 초과하는 경우 최대 10% 약가를 인하한다.
문제는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증가한 감기약 등 수요에도 원칙상 이 약가인하제도를 적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제약사 입장에서는 코로나19 긴급 수요에 적극적으로 협력할 동기가 감소한다.
소염진통제를 판매 중인 한 회사 관계자는 “정부의 요청에 협력하고자 주말을 반납하고 밤새 공장을 가동해 공급량을 확대했는데 돌아온 결과는 약가인하”라며 “재유행으로 감기약 품귀현상이 다시 발생했을 때 생산량을 늘리지 않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앞서 국내 제약회사들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감기약 품귀 현상이 발생하자 다른 제품의 생산라인을 변경해 해열제, 소염진통제 등 공급량 증대에 나섰다.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규제기관도 생산 현장을 찾아 공급량 확대를 요청했다.
그 결과 감기약 사용량과 매출은 증가했지만, 생산라인 변경으로 인해 일부 품목의 공급량은 감소했다. 더욱이 코로나19 유행으로 감기약 수요가 매년 지속된다는 보장이 없는 만큼 약가인하로 인해 일시 증가한 매출보다 지속되는 손실이 더 클 수 있다.
국내 제약업계 관계자는 “감기약과 함께 처방된 위장약 등도 약가인하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어 어디까지 코로나19로 인해 일시적인 사용량이 증가한 것인지 구분하기 어렵다”며 “감염병 위기 시 자급 생산이 가능한 국내 회사들에 명확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