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아이를 출산한 뒤 가슴 통증을 호소하던 딸이 식물인간 상태가 됐으나 병원 측이 의료과실을 인정하긴커녕 업무방해죄로 아버지를 신고했다는 사연이 알려졌다.
지난 5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저희 딸의 억울함을 제발 풀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피해자의 아버지라고 밝힌 작성자 A 씨는 “신체 건강한 딸이 경기 안성시의 한 산부인과에서 둘째를 출산한 후 2년째 식물인간 상태”라고 말문을 열었다.
A 씨에 따르면 딸 B 씨는 2020년 4월 10일 제왕절개로 남자아이를 출산했다. B 씨는 수술 직후 숨이 차다고 호소했지만, 간호사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B 씨는 이틀 뒤인 12일에도 가슴에 심한 통증과 어지러움을 호소하며 의사를 불러 달라 요청했지만 간호사는 “물을 많이 먹어라. 운동을 안 해서 어지러운 것”이라는 말만 했다고 한다.
간호사가 당직 의사를 부르는 동안 B 씨는 또다시 방치됐고, 의사가 도착하고 나서도 경련 증세를 4차례나 보였지만 산소호흡기 외 별다른 조치를 받지 못했다. 결국 쓰러진 지 1시간 30분이 지나고 나서야 천안의 한 대학병원에 가게 된 B 씨는 혈전이 폐의 혈관을 막는 폐색전증 진단을 받았고, 뇌에 산소가 들어가지 않아 생기는 저산소성 병변이 생겨 식물인간 상태가 됐다.
부친 A 씨는 사고 일주일 뒤 해당 산부인과를 다시 찾았다. 당시 병원 측은 도의적인 책임은 당연히 지고, 의료과실이 있다면 배상하겠다고 했으나 며칠 뒤 돌연 말을 바꿨다. 그리고는 A 씨를 업무방해죄로 경찰에 신고까지 했다.
A 씨는 “이후 지금까지 법정 다툼을 하고 있다”며 “적극적 치료를 받을 기회를 앗아간 해당 산부인과 의료진은 과실을 인정하고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어린 두 손주가 매일 엄마 찾는 소리에 억장이 무너진다. 산부인과가 의료과실을 인정할 때까지 죽을 각오로 싸울 것이다. 절대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sykim4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