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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 물류 신뢰 줄 방법? QR에 전과정 데이터가 쫙~

입력 | 2022-07-08 03:00:00

[Question & Change]〈18〉 ‘윌로그’ 배성훈·윤지현 대표



콜드체인 데이터 관리 솔루션을 제공하는 스타트업 ‘윌로그’의 배성훈(왼쪽) 윤지현 각자대표가 서울 강남구 역삼동 사무실에서 자체 개발한 콜드체인 모니터링 디바이스 ‘OTQ’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물류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물류 과정을 투명하게 할 수 있을까.’

5년 전 대전에서 학교 등에 냉동·냉장식품과 채소류를 납품하는 업체를 창업했던 배성훈, 윤지현 윌로그 대표는 의문을 가졌다. 신선식품을 납품하려면 온도관리 인증서가 필요한데, 운반 차량의 온도를 측정하고 기록하는 기계 ‘타코메타’는 운반자가 조작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았기 때문이다. 운송차량 내 설치된 지점의 온도만을 측정할 수 있는 기계 자체의 한계도 있었다. 물류가 신선식품의 품질을 담보하지 못하는 환경이었다.
○ QR코드로 기존 물류 관행 혁신
배 대표는 디지털화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고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블루투스 버전 등을 생각했지만 나이가 많은 물류 현장인력들은 신기술을 불편해했다.

시행착오 끝에 ‘QR코드’에서 답을 찾았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QR코드를 비추기만 하면 곧바로 정보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콜드체인 모니터링 디바이스 ‘OTQ’를 개발했다.

OTQ가 생성한 QR코드를 스캔하면 물품 포장부터 수송, 반품 등 운반 과정에서 발생한 온도, 습도, 충격 등의 변수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다. 성인 남성 손바닥 크기의 타코메타는 유선으로 연결해야 하지만 가로세로 손가락 두 마디 크기의 OTQ는 충전 없이도 꼬박 400일간 지속되기 때문에 차량 단위가 아닌 각 수송용기에 설치해 개별 상태를 끊김 없이 측정할 수 있다. 증명서도 전자문서 형태로 발급할 수 있다.

최근 의약품의 온도 관리 규제가 강화되면서 윌로그 같은 콜드체인 데이터 관리 솔루션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 백신이나 냉장·냉동 보관 의약품 등을 운송할 때는 반드시 자동온도기록장치를 구비하고 데이터를 수집해야 한다. 윤 대표는 “소비자들이 품질을 중시하게 되면서 식품, 나아가서는 반도체 등으로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 창업과 각종 사회 경험으로 스타트업 도전
배 대표는 윌로그를 창업하기 전에도 두 차례의 창업과 창업보육 전문 매니저로 근무한 경험이 있다. 밀키트 식재료 유통업과 차·곡류 유통업의 이전 창업들이 모두 물류와 연관이 있어 문제의식이 자연스레 생겼다.

창업보육 전문 매니저 경험은 창업의 시각을 넓히는 계기가 됐다. 기관에서 지원을 받는 입장에서 창업 팀의 사업자 등록, 투자 유치, 전문가 소개 등을 지원해주는 역할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배 대표는 “다시 사업을 하면 해야 할 것, 하지 말아야 할 것 등을 깨달으면서 나만의 노트를 정리해 ‘창업 족보’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윤 대표도 두 번의 창업 경험이 있다. 그는 “외국인에게 한국 이름을 지어주는 첫 창업에서는 수요 조사를 정교하게 해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두 번째 창업(베트남에서 요식업)에서는 소비자의 실질적 수요에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배웠다”고 했다.

윤 대표는 대학 시절 프랑스로 교환학생을 갈 돈을 벌기 위해 세 가지 사회생활을 병행했다. 평일에는 카드포스기를 판매하는 영업사원으로 일하며 거리에서 액세서리를 팔았다. 주말에는 물류센터에서 패킹 작업 등을 했다. 프랑스 무역회사에서도 일했던 그는 “스펙보다 능력 중심으로 인정해주는 회사 분위기를 만드는 데는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 “청소년을 돕겠다”는 공통된 꿈
두 대표는 창업자들이 교류하는 모임을 통해 만났다. 그 과정에서 창업으로 돈을 많이 벌어 청소년 지원 재단이나 학교를 만들고 싶다는 꿈을 꾼다는 공통점을 발견했다.

공감대를 토대로 쌓인 신뢰는 이들의 역할에도 녹아있다. ‘각자대표’라는 이름으로 배 대표는 기술과 국내파트, 윤 대표는 영업과 회사 운영, 마케팅, 해외파트 등을 맡고 있다. 윤 대표는 “윌로그는 공동대표가 아닌 혼자서도 의결권을 가질 수 있는 ‘각자대표’ 체제”라며 “서로 신뢰하는 만큼 빠른 일처리를 위해 이 같은 방식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청소년에게 관심 갖게 된 계기: “어렸을 적 가세가 기울어 경제적으로 어려운 청소년들을 도울 수 있는 학교를 만들고 싶었다.”(배 대표) “어린이날 부모님이 내 선물을 사주기보다는 어려운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는 모습을 보며 사회공헌에 관심을 갖게 됐다.”(윤 대표)

#윌로그의 꿈:
‘윌로그’라는 말을 들으면 ‘물류에서 신뢰할 만한 증명서’라는 신뢰를 얻는 것.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