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서 발명한 ‘에버래스팅 버블’ 플라스틱 입자-글리세롤로 만들어져 비눗방울 터뜨리는 중력-증발 완화… 첫 실험서 최대 465일 동안 유지 비눗방울-거품 소멸 과정도 연구, 비눗방울 깨지기 전 검은 점 생기고 거품 속 기포 개수 줄어드는 과정은 생명체 사망률 변화와 비슷한 양상
다양한 형태의 거품 모양. 일반 비눗방울은 얼마 지나지 않아 터져버리지만 글리세롤이 들어간 ‘에버래스팅 버블’은 7일이 지나도 모양을 유지하고 있다. 이 거품은 최장 465일 동안 터지지 않고 방울 모양을 유지했다고 한다. 에므리크 루 제공
멋지고 예쁜 비눗방울, 터지지 않고 오래 살아남게 할 순 없을까요. 여기 비눗방울 모양의 ‘버블’을 1년 넘게 생존시킨 과학자가 있습니다.
○ 오래가는 비눗방울의 레시피
비눗방울이 깨지는 건 중력과 증발 때문이에요. 비눗방울이 만들어짐과 동시에 중력은 비누막의 물을 지구 중심으로 잡아 당겨요. 그러면 비눗방울의 위쪽 막이 얇아지죠. 그러다 공기 중의 먼지가 비눗방울에 접촉하는 등 여러 과정이 작용해 결국 비눗방울은 ‘펑’ 하고 터지지요.그렇다면 비눗방울을 오래 유지할 순 없을까요. 프랑스 릴대의 에므리크 루 연구원팀은 비누 대신 플라스틱 입자와 글리세롤을 이용해 기포를 만든 뒤 465일 동안 유지했다고 올 1월 18일 발표했어요.
이 기포는 ‘에버래스팅 버블(장수 기포)’이란 이름을 얻었지요. 연구팀은 에버래스팅 버블을 만들기 위해 작은 플라스틱 입자를 글리세롤과 물이 담긴 그릇에 띄웠어요. 입자들은 서로 모여 오돌토돌한 뗏목 같은 것을 형성했지요. 연구팀은 입자 아래에 주사기로 약간의 공기를 주입해 기포를 만들었어요. 이어서 숟가락으로 기포를 굴려 모든 표면을 플라스틱 입자로 뒤덮었지요. 그러자 비눗방울이 터지는 원인을 막을 수 있었어요.
버블은 모두 5주 이상 생존했는데, 글리세롤의 농도가 75%일 때 생존 기간이 465일로 가장 길었어요. 루 연구원은 “465일째 버블이 깨질 때 녹색으로 변해 있었다”며 “버블에 미생물이 자라서 깨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어요. 연구팀은 같은 방법으로 피라미드 모양의 버블을 만들어 2022년 6월 29일 기준 500일 넘게 유지 중이랍니다.
○ 비눗방울이 깨질 땐 무슨 일이
비눗방울은 중력, 증발, 공기 중 먼지 등의 다양한 이유가 만나 터지게 된다. 게티이미지코리아
2017년부터 비눗방울을 연구한 영국 임피리얼칼리지런던의 센 리 박사후연구원은 2020년 부엌에서 터지기 직전 비눗방울의 모습을 연구해 그 비밀을 발표했어요. 깔때기로 만든 비눗방울의 아래쪽 반구에서 무지갯빛이 나타나다가 비눗방울이 깨지기 1분 전부터 검은 반점이 여러 개 생기는 걸 확인했지요. 이 반점들이 합쳐져 충분히 커지면 비눗방울이 깨졌어요.
연구팀은 무늬를 이용해 비누 막의 두께를 계산할 수 있었어요. 이를 통해 터지기 직전 비눗방울의 두께에 대한 수학 모형을 만들었지요. 리 연구원은 “비눗방울이 어떻게 터지는지, 계면활성제는 비눗방울 막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 등이 아직 풀어야 할 숙제”라며 “비눗방울 막이 1∼2nm(나노미터) 정도로 얇아 미시세계를 다루는 양자역학이 필요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답니다.
○ 거품 소멸의 비밀은 인간에게
비눗방울과 같은 기포가 수없이 많이 모인 ‘거품’도 과학자의 연구 대상이에요. 거품 속에서 기포들은 가까운 기포와 접촉하면 표면장력으로 인해 서로 합쳐져요. 두 개의 구보다 하나의 구가 표면적이 더 작기 때문이지요. 이런 방식으로 시간이 갈수록 거품 속 기포는 개수가 줄어들어요. 2021년 성균관대 신소재공학부 원병묵 교수는 거품 속 기포의 개수가 시간에 따라 줄어드는 과정을 설명하는 연구를 발표했어요.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순수한 물로만 만들어진 거품이 줄어드는 과정을 관찰한 결과 기포의 개수 변화는 생명체의 사망률 변화와 비슷한 양상을 보였어요. 생명체의 사망률은 유아 시절에 높다가 청년기에 안정된 뒤 노년기에 이르러 다시 높아져요. 이처럼 거품 속 기포의 개수 역시 처음에는 빠르게 줄어들다가 이내 그 속도가 느려졌어요. 그러다 마지막에 다시 빠르게 줄어들었답니다.
이다솔 어린이과학동아 기자 daso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