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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리더에게 가장 필요한 건 기술보다 사람을 다루는 능력[광화문에서/신수정]

입력 | 2022-07-08 03:00:00

신수정 DBR교육컨벤션팀장


지난달 16일 서울 서초구 현대자동차 본사 대강당에서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박사가 진행하는 ‘마음 상담 토크 콘서트’가 열렸다. 800명의 현대차 직원들은 인간관계와 소통, 세대 간 갈등, 일과 삶의 균형 등 동료들의 다양한 사연을 경청하며 공감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도 참석해 2시간여 동안 직원들과 함께했다. 정 회장은 마지막 질문자로 참여해 세대 간극을 해소할 방안과 바람직한 소통 방식을 물었다.

요즘 가장 모시기 어려운 유명인 중 한 명인 오은영 박사를 초청해 직원들을 위한 토크 콘서트를 열고, 이 자리에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참석했다는 뉴스는 많은 주목을 받았다. 정 회장은 콘서트를 마치고 “직원들이 각자 행복하고, 가정과 회사에서도 행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제 목표”라고 했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는 최근 발간된 7-8월호에서 CEO 직무에 대한 요구가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 조명했다. 라파엘라 사둔 하버드경영대학원 교수 등은 ‘C-레벨 최고경영진에게 가장 중요한 스킬’ 아티클에서 그 어느 때보다 요즘 리더는 사람을 잘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임원 헤드헌팅 회사에서 수집한 5000개의 직무 설명서를 분석해 최근 기업들은 리더의 기술적 노하우나 재무 관리 지식보다 ‘소셜 스킬’을 우선하고 있다고 결론 내렸다. 소셜 스킬은 높은 수준의 자기 인식, 잘 듣고 소통하는 능력, 다양한 유형의 사람 및 집단과 협력하는 능력,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 등을 말한다.

HBR는 사람을 잘 다루는 리더가 필요한 배경으로 과거에 비해 기업 규모가 커지고 복잡해졌으며, 기술 의존도가 높아졌다는 점을 들었다. 운영이 복잡한 조직에서 CEO가 리더십을 발휘하려면 사내는 물론이고 국가 정부와 비정부기구(NGO)까지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효과적인 의사소통이 생산성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요즘 대부분의 회사는 구글, 아마존 같은 동일한 기술 플랫폼에 의존하면서 자동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비슷한 환경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은 컴퓨터가 못하는 판단력, 창의력, 인지력에서 나오며 이러한 역량은 소셜 스킬을 가진 리더가 이끄는 조직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사람에게 집중하는 리더십은 위기 상황에서 더욱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쓰러져 가던 미국의 전자제품 유통업체인 베스트바이를 8년 만에 회생시킨 위베르 졸리 전 베스트바이 CEO는 최근 펴낸 ‘하트 오브 비즈니스’에서 기업이 생사의 기로를 헤맬 때 기업에 소속된 사람들이야말로 성공적인 기업 회생의 열쇠라고 했다. 그는 직원을 줄이는 대신 ‘항상 사람으로 시작해 사람으로 끝나고 인간 에너지를 만든다’는 경영 원칙 아래 사람들을 회생 작업에 참여시키고 그들에게 활력을 불러일으켜 매출을 일으키는 방법을 택했다.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등 경제 전반에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많은 리더들이 사람에게 집중하고 이들의 에너지를 한데 모으는 리더십으로 어려운 시기를 잘 넘어갔으면 한다.

신수정 DBR교육컨벤션팀장 cryst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