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출 최고금리 6% 돌파 눈앞
7일 4대 시중은행의 전세자금대출 금리 상단이 연 6%에 근접했다. 전셋값 급등에 전세대출 금리마저 치솟으면서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4일 서울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월세 매물 안내문들이 붙어 있다. 뉴시스
다음 달 이직을 앞둔 곽모 씨(32)는 새 직장 근처에서 전셋집을 구하려다가 고민에 빠졌다. 지난해 말만 해도 연 3% 안팎에 가능했던 전세자금대출 금리가 4.5%까지 올랐기 때문이다. 당초 계획대로 전세대출 2억 원을 받으면 한 달에 내는 이자만 75만 원. 곽 씨는 “비싼 이자를 내고 무리하게 대출을 받느니 차라리 월세가 나을 것 같아 새로 집을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주택담보대출에 이어 전세대출 금리마저 10년 만에 연 6% 돌파 초읽기에 들어갔다.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세대출 이자가 월세보다 비싼 ‘역전 현상’도 확산되고 있다. 급격히 오른 전셋값에 이자 부담까지 커져 세입자들은 이중고에 시달리는 형편이다.
○ 전셋값 급등에 전세대출 금리마저 6% 앞둬
최근 금융당국과 정치권의 압박에 일부 은행들이 전세대출을 포함해 주택대출 금리를 낮추고 있지만 지표 금리인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와 금융채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전세대출 금리도 뛰고 있다. 금리가 연 6%까지 오르면 곽 씨가 매달 내야 하는 전세대출 이자는 100만 원으로 불어난다.
○ “전세 이자 75만 원 > 월세 70만 원”
전세 이자 부담이 월세보다 커지면서 ‘전세의 월세화’는 더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5월 주택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 거래 비중은 59.5%(24만321건)에 이른다. 월세 비중은 올 4월 처음 50%를 넘긴 데 이어 한 달 만에 60%에 육박했다.
이자 부담 때문에 주거 독립을 포기하고 부모님 집으로 돌아가는 20, 30대 ‘캥거루족’도 늘고 있다. 서울 직장 근처 전셋집에서 살던 조모 씨(29)는 전세대출 이자가 80만 원을 넘어서자 경기 성남시에 있는 부모님과 함께 살기로 했다.
4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도 7일 현재 연 3.70∼6.008%다. 전날 금리 상단이 6%를 넘어섰다. 5월 현재 은행권 가계대출의 77.7%(잔액 기준)가 변동금리인 만큼 대출자의 이자 부담은 더 증가할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전세대출 대부분이 3∼12개월마다 금리가 변하는 변동금리 상품이어서 세입자의 이자 부담은 크게 늘 수밖에 없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전세 비용 상승으로 월세 수요가 몰리면 월세 가격도 뛰어 전체적인 주거비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며 “은행들이 전세대출 위주로 금리를 조정하는 등 완충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혜미 기자 1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