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 호러 ‘뒤틀린 집’ 13일 개봉 ‘오귀택’ 괴담 다룬 소설이 원작, 육아우울증 등 사회문제 버무려 서영희 광기어린 엄마역 돋보여… 가수 윤상, 영화 음악감독 데뷔
영화 ‘뒤틀린 집’에서 우울증 치료를 위해 이사한 집에서마저 환청과 환각을 겪으며 괴로워하는 명혜(서영희). 스튜디오 디에이치엘 제공
가장 안전하고 편안해야 할 집이 가장 공포스럽고 불안한 공간이 된다면. 13일 개봉하는 ‘뒤틀린 집’은 이른 폭염을 잠시나마 잊게 해 줄 공포영화로, 제목 그대로 집에서 일어나는 기괴한 일을 다룬다.
혼자 아이들을 키우다 중증 우울증에 걸린 명혜(서영희)와 남편 현민(김민재)은 도시 아파트를 떠나 산속 외딴 저택으로 이사한다. 명혜가 회복되길 바라는 마음에 이사했지만 집이 좀 이상하다. 전에 살던 가족은 고급 가구들을 그대로 두고 떠나버렸다. 바람이 불면 집 곳곳에서 삐거덕거리는 불길한 소리가 나고 자물쇠로 잠겨 있는 집 옆 창고에선 알 수 없는 소리가 새어 나온다. 명혜는 환청과 환각에 시달리던 끝에 빙의된 듯한 모습을 보이기에 이른다. 딸 희우(김보민)는 집 안에서 누군가와 얘기하는 등 불안정해지며 미스터리함을 증폭시킨다.
‘스승의 은혜’ ‘추격자’ ‘궁녀’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등 그간 스릴러물과 공포물에서 탁월한 연기를 보여준 배우 서영희는 이번에도 우울함과 과도한 밝음의 극단을 오가는 광기 어린 엄마 역을 성공적으로 소화해낸다. 그는 갑자기 밝아진 모습으로 나타나 모두를 긴장시키고 날음식을 입으로 마구 집어넣는 등 괴기스러움의 절정을 보여준다.
영화는 단순히 괴담을 활용한 공포를 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아동학대, 입양, 육아 우울증, 표절, 실직, 보험금을 노린 살인 등 사회 곳곳의 문제를 담고 있다. 다만 너무 많은 사회 문제를 91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 안에 담다 보니 깊이는 다소 얕다. 뒤틀린 집을 통해 실제로는 뒤틀린 모정과 가장이라는 부담감에 시달리던 끝에 뒤틀려 버린 부정을 보여 주려한 감독의 시도는 참신하다. 강동헌 감독은 영화사와의 사전 인터뷰에서 “관객들이 긴장감 넘치는 호러 영화를 마음껏 즐기고, 영화가 끝난 뒤엔 주인공들이 처한 상황과 마음을 본인의 상황에서 생각해볼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명작 공포영화로 꼽히는 ‘장화, 홍련’ ‘컨저링’ 등을 오마주한 듯 기시감이 드는 등장인물들과 공간 연출이 눈에 띈다.
음악감독은 데뷔 34년 만에 처음으로 영화 음악감독에 도전한 가수 윤상. 그는 최근 열린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음악이 영화보다 기억에 남으면 옛날 스타일이라고 하더라”라며 “영화 스토리를 최대한 방해하지 않고 필요할 때 내 역할을 했는지 고민하면서 영화를 봤다”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