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 당대표 징계 놓고 격랑에 휩싸인 여권 이준석, 반발하며 재심 청구 및 가처분 신청 낼 듯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7일 저녁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에서 자신과 관련된 \'성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과 관련한 소명을 위해 회의실로 향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중앙당 윤리위는 7일 오후 7시부터 8일 오전 2시 45분까지 7시간 넘게 이어진 심야 마라톤 회의 끝에 이 대표에 대해 중징계를 결정했다. 성 상납 의혹이 없었다는 사실확인서를 받는 조건으로 7억 원 투자를 약속하는 내용의 각서를 작성한 김철근 당 대표 정무실장에 대해서도 당원권 정지 2년이 의결됐다.
이양희 윤리위원장은 “이 대표는 ‘김 실장이 올해 1월 10일 대전에서 장모 씨를 만나 성 상납이 없었다는 사실확인서를 받고 7억 원의 투자를 약속한다는 각서를 작성한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소명했지만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소명을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8일 새벽 이양희 국민의 힘 윤리위원장이 이준석 대표와 김철근 실장의 소명을 들은뒤 이후 계획을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 대표는 7일 오전 공개 일정 없이 국회 밖에서 머물다가 윤리위 출석 시간에 맞춰 국회에 들어섰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9시 20분경 윤리위에 출석해 소명을 마친 뒤 8일 자정을 넘겨 국회를 빠져나갔다. 윤리위 출석 전 이 대표는 과거 성 상납을 했다고 주장한 장 씨가 지인과의 통화에서 “윗선이 있다”고 언급했다는 내용의 언론 보도를 언급하며 “제가 지난 몇 달 동안 무엇을 해온 것인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게 됐다”며 “누군가는 선거 이기는 것 외에 다른 것들을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몇 개월 동안 그렇게 기다렸던 소명의 기회임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무겁고 허탈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윤리위 결정에 대해 즉각 재심을 청구하는 동시에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이 대표가 윤리위 결정에 대해 강경하게 맞설 가능성이 커지면서 여권 내에서는 이 대표의 거취 문제를 포함한 지도부 구성 문제가 현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대표는 윤리위 결정의 배후에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인사들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어 여권 내 권력투쟁은 한층 더 가열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 위원장은 이날 “윤핵관에 의해 기획된 윤리위다, 마녀사냥식 징계다, 윤리위를 해체할 권한이 당 대표에 있다는 등의 발언은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윤리위가 이 대표에 대한 중징계를 의결한 것에 대한 대통령실의 반응 역시 향후 여권 갈등의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간 윤 대통령은 이 대표 문제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고, 대통령실 역시 “당무에 대해선 대통령실이 관여할 사안이 아니다”는 태도를 유지해왔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