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 씨 친형 이래진 씨와 유족 측 법률대리인을 맡고 있는 김기윤 변호사가 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박지원 구속요청 및 서욱·이영철 고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유족 측은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에 대한 구속수사 요청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또한 서욱 전 국방부장관과 이영철 전 합참정보본부장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검찰에 추가 고발을 했다. 2022.7.8/뉴스1
2020년 9월 서해에서 북한군에게 피살당한 공무원 이대진 씨의 유족이 서욱 전 국방부 장관 등을 검찰에 추가 고발하고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에 대한 구속수사를 요청했다.
이 씨의 친형 이래진 씨 측은 8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을 방문해 직권남용과 공용전자기록등손상, 허위공문서작성 혐의로 서 전 장관과 이영철 전 합동참모본부 정보본부장을 고발했다.
이날 유족 측은 이 씨가 사망한 다음날인 2020년 9월 23일 오전 1시경 청와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열리고 다수의 군사기밀이 밈스(MIMS·군사통합정보처리체계)에서 삭제된 점을 고발장에 담았다. 밈스는 사단급 이상 부대 사이 실시간으로 첩보가 공유되는 정보 유통망이고, 이 전 본부장은 이 씨가 사망한 2020년 9월 당시 밈스의 관리 책임자였다. 특히 같은 날 서 전 장관은 이 전 본부장을 대동해 국가안보실 관계자들과 회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밀 삭제와 관련해 합참은 7일 “민감한 정보가 직접 업무와 관계없는 부대에 전파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였다. 원본이 삭제되지는 않았다”고 해명한 바 있다.
유족 측은 이날 국정원이 6일 검찰에 고발한 박 전 원장에 대한 구속을 요청하기도 했다. 박 전 원장은 이 씨의 사망과 관련된 첩보 일부를 무단 삭제한 혐의로 국정원으로부터 고발당한 상태다. 김 변호사는 “박 전 원장이 이 씨에게 ‘월북’ 프레임을 씌우는 과정에서 첩보 관련 보고서 등을 무단으로 삭제한 것이라면 국정원장의 지위를 남용한 중대한 범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정원이 자체조사를 통해 국정원 직원들의 진술을 인적증거로 확보하고 고발한 것으로 보인다”며 “박 전 원장이 전직 국정원장인 점 등을 고려할 때, 직·간접적으로 국정원 직원들에게 진술번복 등을 위한 위해를 가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 원장은 국정원의 고발 이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방송 출연 등을 통해 “자료를 삭제하거나 삭제를 지시한 사실이 없다”며 의혹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유족 측이 추가로 고발한 건은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검사 이희동)에 배당될 것으로 보인다. 공공수사1부는 현재 유족 측이 피살 사건 당시 청와대 안보라인 관계자 등을 두 차례 고발한 사건과 국정원이 박 전 원장을 고발한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