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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軍 “중대사건 기밀 삭제 극히 드물어”… 서욱 지시여부 조사

입력 | 2022-07-09 03:00:00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국방정보본부 거쳐 삭제’ 확인… 軍, 구체적인 경위 등 파악 중
당시 靑-정부의 월북 판단위해… 기밀 취사선택됐다면 파장 커져
감사원도 고강도 조사 진행



서욱 전 국방부 장관. 2022.01.14 동아일보 DB


2020년 9월 23∼24일 군 정보 유통망인 군사통합정보처리체계(MIMS·밈스)에 올라 있던 서해 공무원(이대준 씨) 피살 사건 관련 40여 건의 기밀들은 당시 서욱 국방부 장관의 지침 하달 이후 국방정보본부의 지휘계통을 거쳐 삭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8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군은 자체 조사에서 이 같은 내용을 확인하고, 구체적인 삭제 경위 등을 파악 중이다. 특히 당시 서 장관이 2020년 9월 23일 서훈 국가안보실장과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등이 참석한 청와대 관계장관회의에 다녀온 뒤 “사안과 무관한 부대·부서에는 기밀 유통을 차단하라”는 취지로 지침을 내렸고, 이후 밈스에서 해당 기밀들이 삭제되기까지 국방정보본부에서 어떤 절차와 보고 조치가 이뤄졌는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밈스에서 삭제된 군 기밀에는 이 씨가 북한군의 총격을 받고 시신이 소각되기까지의 대북 감청정보(특수정보·SI)를 비롯한 다수의 민감한 정보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군 소식통은 “밈스의 관리 운용을 책임지는 국방정보본부가 서 장관으로부터 직접적인 삭제 지시를 받았는지도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만약 서 장관이 당시 이영철 국방정보본부장(육군 중장)에게 기밀 삭제를 명확히 지시했거나 종용한 것으로 확인될 경우 그 의도와 적절성에 대한 관계 당국의 수사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본부장은 2020년 9월 23일 서 장관과 함께 청와대를 찾아가 안보실 관계자들과 피살 사건 관련 정보들을 검토하며 회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서 전 장관은 최근 본보와의 통화에서 “(당시 지침은) 적절한 조치였고 원본(기밀)도 남아 있다”고 반박했다. 합참 관계자도 “필요에 따라 (절차상) 이뤄진 조치로 보면 된다”고 해명했다. 민감한 기밀들이 필요한 부대와 기관에만 전파되도록 배포·열람처를 조정한 것일 뿐 은폐를 의도한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하지만 다른 시각도 있다. 또 다른 소식통은 “실제 발생한 중대사건의 기밀정보들이 밈스에서 삭제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라고 전했다. 밈스에서 유통되는 첩보나 정보를 삭제할 경우 해당 사건의 최종 보고서에 담길 내용이 왜곡될 소지가 있기 때문에 군 최고위급의 지시나 승인이 없이는 삭제 조치가 이뤄지기 힘들다는 것이다.

밈스에서 해당 기밀들의 삭제가 이뤄지던 시점(2020년 9월 24일)에 맞춰서 해경과 군이 이 씨의 자진 월북 가능성을 공식 발표한 것도 예사롭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 밈스에 올라 있던 피살 사건 관련 기밀들의 삭제 조치가 청와대와 정부의 월북 판단을 뒷받침하는 모양새로 선별적 또는 취사 선택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드러날 경우 그 의도를 의심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2020년 9월 23일 서훈 안보실장이 주재한 두 차례의 관계장관회의에서 이 씨의 월북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 방향으로 정보를 선별하는 논의가 이뤄진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해 지난달 국방부와 해경을 상대로 감사에 들어간 감사원도 밈스의 기밀 삭제 사안에 대해 고강도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감사원이 당시 서 장관의 지침 이후 밈스에서 배포·열람처가 조정된 해당 기밀(첩보, 정보)의 원본 내용을 파악하는 한편 정보본부 실무자들을 상대로 구체적인 삭제 경위 등을 조사 중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도 “한 치의 의혹이 없도록 자체 조사하는 한편 감사원 감사에도 적극 협조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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