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대표 초유의 당원권 정지] 초유의 與대표 중징계, 내홍 격화 尹대통령 지지율 취임후 첫 30%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사진)가 당의 ‘6개월 당원권 정지’ 중징계에 불복하며 자진 사퇴를 일축했다. 당규 해석을 둘러싼 논쟁과 징계 수위에 대한 찬반 여론이 갈리는 가운데 당 대표 직무 향배를 두고 이 대표와 권성동 원내대표가 정면으로 맞서고 있어 차기 당권 등을 둘러싼 당의 내홍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표는 8일 당 윤리위원회의 징계 결정을 인정할 수 없다며 대표 권한을 총동원해 버티기에 들어갔다. 이 대표는 라디오에서 “윤리위 징계 결과의 처분권은 당 대표에게 있다”며 “징계 처분을 보류할 생각”이라고 했다. 윤리위 결정에 재심을 청구하는 한편 징계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하기로 하는 등 법정 다툼도 불사할 뜻을 밝혔다.
이에 맞서 권 원내대표는 “당헌 당규상 당 대표 직무대행자로서 혼란이 조기 수습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당 대표 직무인 최고위원회를 직접 주재했다. 이 대표의 직무가 정지됐으니 당내 2인자인 원내대표가 당 대표 직무대행을 맡아야 한다는 것. 권 원내대표는 이날 이진복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등을 만나 당 지도체제 방향도 논의했다.
이준석 vs 권성동… 李 “대표로 징계처분 보류” 權 “내가 직무대행”
李, 징계후 SNS로 당원가입 권유… 재심 청구-법적 대응 등 항전 태세
權 “윤리위 결정 즉시 효력 발생”… 이진복 정무수석과 수습책 논의
11일 의총서 차기 지도체제 모색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왼쪽 사진)가 8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당 윤리위원회에 출석해 ‘성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에 대한 소명을 마친 뒤 나서고 있다. 같은 당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를 마치고 나오며 취재진이 질문하자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김동주 기자 zoo@donga.com
○ 李, 징계 셀프 보류 등 결사 항전
이 대표는 윤리위 징계 처분을 당 대표 권한으로 ‘셀프 보류’시키고 재심 청구와 법원 소송 등 가능한 모든 방안을 동원하며 결사 항전할 태세다. 이 대표는 이날 라디오에서 “윤리위 규정을 보면 징계 결과의 처분권이 당 대표에게 있다”며 “(스스로에 대한) 징계 처분을 보류할 생각”이라고 했다. ‘당 대표는 특별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최고위 의결을 거쳐 징계 처분을 취소 또는 정지할 수 있다’는 당 윤리위 규정 30조를 이용해 징계를 ‘셀프 보류’하겠다는 것. 하지만 이 대표 징계가 규정상 ‘특별한 사유’에 해당하는지는 해석이 분분하다.이 대표는 셀프 보류 카드를 꺼내며 자신의 당 대표 권한이 아직 유효하다고 주장했다. 윤리위가 재심 청구 기간으로 보장하는 열흘 동안만큼은 징계가 확정된 것이 아닌 만큼 그 사이에 당 대표 권한으로 최고위를 열어 징계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것. 이 대표는 “최고위는 다음 주 월요일(11일)에 열게 돼 있으니 주말에 판단해 보겠다”고 했다. 이와 더불어 징계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낼 예정이다. 이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3분이면 된다”며 온라인 당원 가입을 촉구하기도 했다.
○ ‘권성동 직무대행’ 첫날 혼란 수습 주력
사상 초유의 당 대표 징계 첫날을 맞은 권 원내대표는 당 대표 직무대행을 맡아 수습에 주력했다. 이 대표 주장과 달리 권 원내대표는 당을 즉각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 체제’로 전환했다. 권 원내대표는 의원들에게 함구령을 내리고 대통령실과 협의한 데 이어 당 대표 권한으로 최고위를 직접 주재하는 등 숨 가쁜 하루를 보냈다.이날 권 원내대표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당 대표 직무대행 체제로의 전환이었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윤리위 징계는 의결 즉시 효력이 발생한다”며 “정지된 당 대표 직무는 원내대표가 대행을 맡는다”고 했다. 당헌 29조의2에는 당 대표가 사고 등으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으면 원내대표가 직무를 대행하도록 규정돼 있다. 이 대표가 6개월 동안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사고’ 상태라고 보고 직무대행 체제로 전환한 것. 반면 당 대표가 사고가 아닌 사망 등 ‘궐위’ 상태면 권한대행 체제를 꾸려야 한다.
직무대행 체제 전환 직후 권 원내대표는 국회를 찾은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과 10여 분간 만났다. 이 자리에서는 향후 당 운영과 수습 방안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권 원내대표는 회동 직후 “대통령께서도 당내 상황이 빨리 수습되길 바라실 것”이라고 했다. 이 수석은 “윤리위 결정과 당헌당규에 따른 절차가 어떻게 되는지 정도 얘기했다”고 했다. 향후 당에 대한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의 향배에 대해선 “일반 당원인 대통령이 당 운영에 무슨 결정을 할 수 있는 (것처럼 발언하는 게) 옳지 못하게 보일 수 있다”며 말을 아꼈다.
대통령실과 소통을 마친 권 원내대표는 당 대표 직무대행으로서 비공개 최고위를 열고 최고위원들을 다잡는 데 주력했다. 권 원내대표는 “최고위원들에게 국가로 치면 사법부에 해당하는 윤리위 결정을 수용해야 한다고 했다”며 “당이 한목소리를 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권 원내대표는 11일 오전 예정대로 최고위를 열고 오후 의원총회를 열어 차기 지도체제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권 원내대표가 당 대표 직무대행으로 당분간 당을 이끌겠지만 이 대표의 ‘장외전’과 차기 당권을 노리는 여러 세력의 도전에 잇따라 직면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