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즈상 수상뒤 귀국… 청년에 메시지 “10, 20대 차근차근 한발씩 걸어 가길 적당할 때 포기할 줄 아는 마음 중요 韓 수학 발전 위해 역할 커진 듯”
필즈상을 수상한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가 8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아들 허단 군으로부터 꽃다발을 받은 뒤 안아주고 있다. 인천=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8일 오전 10시쯤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청 남방, 반바지에 배낭을 멘 허 교수가 걸어 나오자 큰 꽃다발을 든 아들 허단 군(7)이 허 교수 품에 안겼다. 허 교수는 미래를 고민하는 한국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묻는 질문에 “많은 10대, 20대분들이 그런 것처럼 저도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겪어 왔다”며 “지금 다 돌아와 생각해 보니까 제가 걸어온 길이 구불구불하기는 했지만 저한테는 그게 가장 좋고 빠르고 최적화된 길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
허 교수는 과학고 입학 등 수학 영재의 길을 걷지 않았다. 일반고를 다니다 중퇴한 후 검정고시를 거쳐 대학에 들어가면서도 물리학과를 선택했다. 뒤늦게 전공을 수학으로 바꾼 허 교수는 세계적인 수학자가 돼 ‘수학 노벨상’인 필즈상을 한국계 최초로 받는 영광을 안았다.
허 교수는 “(한국의 10대, 20대들도) 마음을 여유롭게 가지시고 천천히 차근차근 한 발짝 한 발짝 걸어 나가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자신의 수상에 대해 “우리나라가 문화, 경제적으로 발전한 만큼 학문적으로도 발전을 따라가는 순서가 아닌가 생각한다”며 “앞으로 한국 수학 발전을 위해 제가 할 역할이 더 커진 듯해서 마음이 무겁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행복하고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허 교수는 여름 동안 한국 고등과학원에서 연구를 지속할 계획이다. 13일엔 고등과학원에서 강연이 예정돼 있다. 그는 “부모님 모시고 제주도 한번 놀러가기로 했다”며 “그거 참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김민수 동아사이언스 기자 r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