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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고발’ 하루만에 배당…北피격 공무원 수사 쟁점·의혹은

입력 | 2022-07-09 10:09:00

고(故) 이대진씨 친형 이래진씨와 유족 측 법률대리인인 김기윤 변호사가 서울중앙지검에서 ‘박지원 구속요청 및 서욱·이영철 고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7.8/뉴스1


검찰이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의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연루 혐의 고발장을 하루 만에 배당하며 수사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자 향후 수사의 방향과 속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검찰은 문재인 정부 시절 민정수석비서관, 해양경찰청 관계자 등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해 수사 중인데 대상이 광범위한 만큼 이른 시일 내에 강제수사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수사가 청와대 윗선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월북조작’ 개입 있었나…첩보·기밀 삭제 의혹도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국정원이 직권남용죄(국정원법 위반), 공용전자기록등손상죄 등으로 박 전 원장을 고발한 사건을 7일 공공수사1부(부장검사 이희동)에 배당했다.

공공수사1부는 피살 공무원 이대준씨의 유족 측이 서훈 전 국가정보원장, 김종호 전 민정수석비서관, 이광철 전 민정비서관, 서주석 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 등을 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배당받아 수사 중이다.

사건의 쟁점은 문 정부 시절 핵심 인사들이 이대준씨가 자진 월북했다고 발표한 경위와 수사 과정에 개입했는지 여부다. 이대준씨는 2020년 9월21일 서해 북단 소연평도 해상에서 어업지도선을 타고 근무하다 실종된 후 다음날 북한군 총격에 의해 숨졌다. 당시 해경은 중간 조사 결과에서 “고인이 자진 월북을 하려다 일어난 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해경은 그러나 지난달 16일 이씨가 월북했다고 단정할 근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번복했다. 같은 날 국방부도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 답변 지침을 받았다며 ‘월북조작’ 개입 의혹에 기름을 부었다.

박 전 원장이 당시 월북이 아닌 것으로 보이는 증거·정황 등 첩보 보고서를 삭제했는지, 2020년 9월23일 박 전 원장, 서욱 전 국방부장관이 참석한 NSC 회의 후 밈스(MIMS·군사정보통합처리체계)에 감청정보가 포함된 군사기밀을 삭제했는지 등도 수사의 큰 갈래다.

이에 대해 박 전 원장은 “밈스가 아니라 국정원 내부 보고서라도 일단 작성되면 국정원 메인 서버에 남아 있다”며 “내가 삭제하라고 했으면 삭제했다는 기록도 남는다”고 반박했다.

반면 국정원은 “박 전 원장의 혐의는 밈스와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자체 조사 후 고발한 만큼 관련 증거를 확보하고 있다는 자신감을 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하루 만에 사건 배당…국정원·국방부 등 강제수사 나서나

국정원이 이례적으로 전 원장들을 고발하고 검찰이 고발장 접수 당일 사건을 배당하자 이른 시일안에 강제수사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주요 관심사는 검찰이 대통령기록물을 압수수색하느냐 여부다. 대통령기록물은 최장 15년 비공개되는데 이를 열람하려면 국회 재적의원 3분의2 이상의 동의를 얻거나 서울고등법원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해야 한다. 대통령기록물 압수수색은 유족 측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여야가 대치 중이라 국회 동의는 사실상 구하기 어려우며 유족 고발만으로 압수수색 영장 청구에 나서는 것도 혐의 입증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어 조심스럽다.

이에 검찰이 우선 국정원, 국방부, 해경 내 자료를 확보하기 위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치적 파급력 커…특별수사팀 꾸려지나

수사 대상이 전 정권 핵심 관계자들인데다 국민 관심도가 높고 복잡한 수사가 될 수 있는 점에서 특별수사팀이 꾸려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검찰은 당장 특별수사팀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대통령실이 검찰 수사를 주시한다고 밝힌 만큼 특별수사팀 수준의 인적·물적 지원이 이뤄질 수 있다. 반부패수사부 일부 인원을 추가 투입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9월10일부터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이 시행돼 검사의 수사·기소가 분리되는데 수사팀이 그 전에 기소하려면 특별수사팀을 꾸려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