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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분쟁 리스크에… 교보생명, 또 상장 실패

입력 | 2022-07-11 03:00:00

거래소, 상장 예비심사 ‘미승인’ 결정
교보생명 “어피니티 방해로 불발”
어피니티 “무리한 추진… 先의무이행”
ICC 2차 중재등 분쟁 장기화 전망




교보생명의 기업공개(IPO)가 무산됐다. 4년째 이어지고 있는 재무적 투자자(FI) 어피니티 컨소시엄과의 분쟁이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8일 교보생명에 대한 유가증권시장 상장 예비심사에서 ‘미승인’ 결정을 내렸다. 예비심사 미승인 건에 대한 사유는 별도로 공개하지 않는다.

금융권에선 최대 주주인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2대 주주인 어피니티 사이의 ‘풋옵션’(지분을 일정 가격에 되팔 권리) 분쟁이 발목을 잡았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주주 간 분쟁이 있는 경우 지배구조의 안정성이 낮다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보생명은 2018년에도 IPO를 추진했으나 당시 어피니티와의 분쟁이 국제 중재로 이어지면서 상장 절차도 중단됐다.

어피니티는 2012년 교보생명 지분 24%를 주당 24만5000원에 인수하며 풋옵션이 포함된 주주 간 계약을 맺었다. 2018년 어피니티가 40만9000원에 주식을 되사라고 요구했지만 신 회장이 가격의 적정성 등을 문제 삼아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며 양측의 분쟁이 시작됐다. 어피니티는 국제상업회의소(ICC)에 중재를 신청했고 교보생명은 풋옵션 가격 산출을 한 딜로이트 안진 회계사들을 검찰에 고발하며 법적 공방이 이어졌다.

교보생명은 8일 예비심사 미승인에 대해 “IPO를 진정성 있게 준비해왔지만 어피니티의 지속적 방해로 결국 상장이 불발됐다”며 “어피니티는 더 이상 무용한 법적 분쟁으로 IPO를 방해하지 말고 적극 협조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어피니티 측은 같은 날 입장문에서 “교보생명이 상장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걸 알면서 대주주 개인의 분쟁에 활용하기 위해 무리하게 IPO를 추진했다는 의혹을 떨칠 수 없다”며 “성공적인 IPO를 위해선 신 회장의 성실한 의무 이행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맞섰다.

이번 IPO 실패를 계기로 양측의 분쟁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어피니티가 ICC에 2차 중재를 신청한 데다 안진 회계사에 대한 형사재판 2심도 진행 중”이라며 “IPO가 분쟁을 한 방에 해결할 수 있는 카드였지만 최종 무산돼 양측의 갈등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