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값 1만원 시대 ‘외식 공포’… 5000원 미만 도시락 한끼 늘어 작년대비 판매량 50% 증가, 햄버거-샌드위치 덩달아 인기 오프라인 매장서 쌀 구입 줄고 상대적으로 싼 온라인주문 증가
서울 중구에서 직장을 다니는 이모 씨(25)는 8일 출근길에 사간 편의점 도시락으로 점심 식사를 했다. 그는 “요새 물가가 크게 오른 데다 직장들이 모여 있는 종로구와 강남구 등의 물가는 더 비싸다”며 “얼마 전부터 편의점 도시락이나 샌드위치 등으로 회사 탕비실에서 점심을 해결한다”고 말했다.
최근 도심 점심 값이 1만 원에 육박하는 등 런치플레이션(lunch+inflation)이 심해지면서 ‘가성비’ 좋은 간편식을 찾는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재택근무를 끝내고 일터로 돌아간 직장인들이 회사에서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5000원 미만의 편의점 도시락이나 패스트푸드, 샌드위치 등이 특히 인기다.
‘가성비 점심’이 인기를 끌면서 가장 큰 특수를 누리고 있는 곳은 샌드위치, 도시락, 컵도시락 등 저렴한 간편식을 앞세운 편의점들이다. GS25에 따르면 1∼8일 편의점 도시락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49.8% 늘었다. 가장 판매량이 많았던 상품은 ‘고기진짜많은도시락’(4700원) ‘쏘야&돈까스도시락’(3900원) ‘아이돌샌드위치’(2300원)’ 등이었다.
간편식 온라인 구매도 크게 늘고 있다. 컬리에 따르면 2분기 컵도시락과 샌드위치 판매량은 지난 분기 대비 각각 1.6배와 1.4배 증가했다. 특히 판매량이 가장 높은 ‘오쿡 컵도시락’(3980원)을 비롯해 ‘탄단지 가벼운 한식 도시락’(4300원) 등은 모두 4000원을 전후로 식사를 할 수 있는 품목들이다. 식사 대용으로 활용 가능한 핫도그(4배), 에너지바(그래놀라 바, 단백질 바)와 견과류 제품군의 판매량은 각각 4배, 1.4배와 1.7배로 늘었다.
햄버거도 최근 직장인들이 많이 찾는 점심 메뉴 중 하나가 됐다. 맘스터치에 따르면 2분기 점심시간대(오전 11시∼오후 2시) 판매량은 지난 분기 대비 29.8%, 전년 동기 대비 23.3% 올랐다. 판매량은 ‘가성비 햄버거’로 유명한 싸이버거(단품 4100원)가 가장 많았고, 불고기버거(3300원)와 딥치즈싸이버거(4600원) 순이었다.
생필품 등을 오프라인보다 더 저렴하게 파는 온라인 쇼핑몰을 찾는 이들도 늘고 있다. G마켓·옥션에 따르면 최근 한 달(6월 4일∼7월 4일) 필수 식료품인 쌀(33%), 김치(32%), 즉석밥(14%)과 라면(19%) 등의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크게 늘었다.
할인된 금액으로 외식 브랜드 등에서 사용할 수 있는 모바일 상품권·e쿠폰 판매도 크게 늘었다. 뷔페·레스토랑·외식 브랜드의 쿠폰은 약 50% 판매가 증가했고, 햄버거 브랜드 쿠폰은 약 83% 더 팔렸다.
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