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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홍수용]가짜 SNS 계정

입력 | 2022-07-11 03:00:00


미국 뉴욕타임스는 2018년 유명인사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팔로어 중 가짜가 많다는 기획보도를 했다. 트위터는 가짜 계정을 삭제하는 ‘팔로어 청소’에 나섰다. 그 결과 농구스타 샤킬 오닐과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의 팔로어가 100만 명 넘게 줄었다.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의 팔로어도 34만 명 감소했다. 그 뒤 페이스북은 가짜로 의심되는 계정 45억 개를 차단하기도 했다. 대중의 관심을 끌거나 사람들을 속이려고 만든 가짜 계정 문제가 위험 수위를 넘어선 지 오래다.

▷가짜 계정의 대부분은 ‘봇(bot)’이라고 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대량 생성된다. SNS에서 사용자 이름과 사진 같은 개인정보를 도용해 엄청난 수의 계정을 자동으로 만들고 엉터리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보내는 것이다. 프로그램을 이용하지 않고 수작업으로 만든 가짜 계정의 경우 숫자는 적지만 그럴듯한 스토리 때문에 훨씬 치명적이다.

▷올 4월 트위터를 440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던 세계 최대 부자 일론 머스크가 가짜 SNS 계정을 문제 삼아 계약 파기를 선언했다. 당초 머스크는 트위터의 가짜 계정이 20% 이상 될 것이라고 추정한 반면에 트위터 측은 5% 미만이라고 주장했다. 트위터 측이 원본 데이터를 제공했지만 머스크는 이것만으로는 가짜 계정을 파악할 수 없다고 맞서며 갈등이 커졌다.

▷머스크가 이제 와서 가짜 계정 문제를 들고나온 것이 협상 전략인지, SNS의 신뢰도를 위한 것인지 단언하기는 어렵다. 다만 가짜 뉴스가 걷잡을 수 없이 퍼지면서 가짜 계정 처리 문제가 디지털 세상의 핵심 과제가 된 것만은 분명하다. 가짜 계정을 없애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애초 가입 시 정확한 연락처와 인적사항을 적게 하고 수시로 확인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SNS 업체들은 이용자들이 번거로워할 수 있다는 이유로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용자 수에 따라 광고 단가와 기업의 몸값이 달라진다는 점 때문에 SNS 업체들이 침묵하는 측면이 있다. 가짜 계정을 대청소한 뒤 실제 이용자 수가 드러날 경우 SNS 비즈니스가 충격을 받을 수도 있다.

▷트위터는 이용자의 익명성을 강점으로 여기는 기업이다. 그래야 사람들이 권력에 맞서 자유롭게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머스크도 트위터 인수계약 당시 표현의 자유를 강조했다. 하지만 지금 SNS 세상에서는 가짜 계정과 가짜 뉴스가 판을 치고 그 결과 신뢰가 더 추락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제대로 된 소통은커녕 진실과 거짓을 분간하기도 어렵다. SNS 기업 매각이든, 표현의 자유든 익명성이 초래한 문제를 직시해야 꼬인 실타래를 풀 수 있다.

홍수용 논설위원 leg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