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아베 피격 사망] 참의원 선거 출구조사 “여당 과반” “개헌세력, 필요 의석 확보 확실시” 유권자들 “폭력은 절대 용서 못해”
일본 참의원(상원) 선거날인 10일 도쿄의 한 투표소에서 유권자가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고 있다. 도쿄=AP 뉴시스
10일 오후 도쿄 시나가와구 제5투표소에서 만난 60대 여성은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일본에서 전 총리의 피격 사건이 벌어질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투표를 한 지금도 평정심이 유지되지 않는다”고 말하는 이 여성의 목소리는 떨렸다.
일본 정치에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가 총에 맞아 숨진 지 이틀 만에 진행된 일본 참의원(상원) 선거에서 “집권 자민당과 연립여당 공명당의 과반 확보가 확실시된다”고 NHK가 예측했다.
아베 전 총리의 사망을 계기로 자민당 지지층인 보수 표심이 어느 정도 집결한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나왔다. 연립여당 공명당은 10∼14석을, 개헌 지지 세력인 극우야당 일본유신회는 10∼15석을 얻을 것으로 예상됐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은 현재 의석수인 22석보다 적은 13∼19석을 획득할 것으로 예측됐다.
NHK는 자민당과 공명당, 일본유신회, 국민민주당 등 개헌 추진 세력이 87∼102석을 얻어 헌법 개정에 필요한 의석수인 3분의 2를 확보할 가능성이 “확실시된다”고 보도했다. 자민당은 전쟁 포기, 군대 보유 불가, 교전권 금지를 규정한 헌법 9조를 개정해 자위대 존재를 명기하는 개헌을 추진하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투표가 끝난 뒤 인터뷰에서 개헌과 관련해 “자민당이 내놓은 안은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과제”라며 “국민의 이해를 얻기 위해서라도 국회에서 논의를 심화시켜 구체적으로 발의할 방안 마련 노력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日경찰 조사 마친 아베 살해범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를 8일 총으로 살해한 용의자 야마가미 데쓰야가 검찰에 송치되기 전 10일 일본 나라 서부경찰서를 떠나고 있다. 범행 당일 쓴 안경은 벗었다. 야마가미는 경찰에 자신의 어머니가 빠져 가산을 탕진한 종교단체와 아베 전 총리가 연관됐다고 믿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나라=AP 뉴시스
“日개헌파, 참의원 개헌의석 확보 확실시”… ‘아베 숙원’ 힘 실릴듯
NHK “자민-공명 여당, 과반 확실”… 중의원은 작년 선거서 개헌선 확보
국민 74% “아베 피격, 선거에 영향”… 3년전 선거보다 투표율 3%P 높아
기시다 “개헌 발의 구체방안 마련”… 與추진 방위력 증강 급물살 가능성
이날 오후 10시 30분 기준 NHK의 분석에 따르면 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이 70∼83석을 얻어 여당의 과반이 확실하다고 예상했다. 아사히신문은 자민당 단독 과반 가능성까지 제기했다. 일본 언론이 선거 전 예상한 최대 의석수보다 의석을 더 얻어 자민당이 압승을 거둘 것으로 본 것이다. NHK는 자민당과 공명당, 일본유신회, 국민민주당 등 개헌 추진 세력이 87∼102석을 얻어 의석수는 총 248석 가운데 개헌 통과가 가능한 3분의 2(166석)를 웃돌 것으로 보도했다. 2019년 참의원 선거 때는 개헌 세력이 전체 의석에서 160석을 차지해 개헌 확보선 마련에 실패했다.
출구조사가 실제 선거 결과로 이어진다면 자민당은 지난해 10월 중의원(하원) 선거에서 개헌 가능선을 확보한 데 이어 헌법 9조를 개정해 자위대 존재를 명기하는 개헌 추동력을 확보하는 셈이다.
○ “아베 총격 사건이 선거 결과에 영향 줬다”
투표장에서 만난 유권자들은 아베 전 총리의 피습 사망으로 일본 전체가 불안해질 것을 걱정했다. 한 40대 유권자는 “(아베 전 총리의 사망을 보고) 투표로 정치에 참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라가 불안하니 방위와 안보를 확실히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투표했다”고 말했다. 70대 여성은 “(피습 사건 이후) 투표소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질까봐 무서웠지만 투표는 해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고 했다. 정국 안정을 위해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표심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투표장에서 만난 50대 회사원 남성은 “아베 전 총리 사건을 듣고 놀라긴 했지만 이번 선거와는 관계없다고 생각했다. 지지 후보도 안 바꿨다”고 말했다.
○ 기시다 “개헌 발의 구체 방안 마련할 것”
참의원 선거 이후 자민당이 추진하는 일본 방위력 증강도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높아졌다. 자민당은 향후 5년 이내에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의 2%까지 높여 현재의 2배로 증액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전수방위’(무력 공격을 받았을 때만 방위력 행사) 원칙을 폐기하고 반격 능력(적 기지 공격 능력)을 갖추기 위한 본격적인 움직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각종 현안에서 아베파와 물밑에서 갈등했던 자민당 내 소수파인 기시다 총리의 향후 행보도 주목된다. 자민당 정책 수립 과정에서 강한 영향력을 발휘했던 아베 전 총리가 사망해 당내 최대 파벌인 아베파의 영향력을 가늠하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