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아베 피격 사망] ‘우익 구심점 사망’ 한일관계 영향은
“살아 있는 아베보다 죽은 아베의 영향력이 더 클 수 있다.”
일본 자민당 막후 유력자였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가 충격적으로 사망하면서 한일 관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일단 아베 전 총리라는 보수 구심점이 사라졌지만 당장 한일 관계 개선 가능성은 적다는 게 중론이다. 다만 중장기적으론 아베 전 총리의 그늘에서 벗어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가 주도적으로 한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설 여지가 생겼다는 관측도 나온다.
10일 정부 관계자는 “아베 전 총리가 추구했던 한일 관계 기조가 일본 내 지지자들에 의해 교조화(敎條化)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식민지배에 대해 더는 사죄나 반성을 할 수 없다던 아베 전 총리의 기조가 그의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진리인 것처럼 떠받들어질 수 있다는 것. 이럴 경우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이나 위안부 합의 문제 등에서 양국이 합의점을 찾기가 더 어려워질 가능성도 있다.
다만 일각에선 일본 우익의 심장이 사라진 만큼 중장기적으론 강성 우익의 힘 자체가 약해져 한일 관계에 숨통이 트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외교 소식통은 “기시다 총리도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는 분명히 있다”며 “안정적인 정국 운영 기반만 마련되면 자신의 세력을 형성해 주도적으로 양국 관계 개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배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민관협의회는 14일 2차 회의를 갖는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