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기흥캠퍼스) 인근에 있는 오산천에 사는 수달. (삼성전자 반도체 유튜브 갈무리) © 뉴스1
과거 오·폐수로 여겨졌던 전자기업들의 공장 방류수가 주변 지역의 생태 다양성을 돋구는 ‘신의 한 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최근 부쩍 강화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기조에 기업들이 각종 최신 공법과 기술을 적용한 물 정화 시스템을 앞다퉈 도입한 영향이다.
기업들이 제조하는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제품의 공정 난도나 집적도가 높아질수록 용수 사용량이 많아지는 추세다. 이에 따라 천문학적인 양의 물을 정화하는 과정은 ‘마지막 공정’이라고 불릴 정도로 중요도가 커지고 있다.
11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기흥캠퍼스) 인근에 있는 오산천에는 멸종위기종 1급이자 천연기념물 제330호인 수달이 서식 중이다. 수달은 2020년 이곳에서 처음 발견된 이후 2년 가까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의 폐수처리시설인 ‘그린동’. (삼성반도체블로그 갈무리) © 뉴스1
수달이 나타나기까지 수질 개선 노력도 뒷받침됐다. 방류수 정화를 맡는 화성·기흥사업장 그린동에서는 Δ무기 1차 처리 Δ유기 처리 Δ무기 2차 처리 등 3단계 정화를 거친다. 이 과정은 24시간 상황실에서 모니터링한다. 각 단계에서 이상 수치가 발생할 경우 방류는 문제 해결 전까지 무기한 중단된다. 처리 과정에서 일반적으로 알칼리 폐수의 과산화수소를 ‘과수 제거제’로 처리하던 것을 ‘활성탄’을 이용해 필터링하는 등 친환경 공법도 적용했다.
그 결과 과거 5.2로 3급수 수준이었던 기흥사업장 방류수의 생물학적 산소요구량(BOD)이 2007년 3.2, 2019년 1.4(2급수)까지 올라갔다. 강물 오염원 기준에서 BOD가 낮을수록 수질이 좋다는 뜻이다.
삼성전기 수업사업장 인근 원천리천에서 발견된 오리가족(삼성전기 제공)© 뉴스1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연못이나 호수에 사는 ‘물벼룩’을 수질 테스트에 도입했다. 디스플레이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폐수를 3단계에 걸쳐 정화한 뒤 방류 직전 물벼룩을 통해 생태 독성 정도를 측정한다. 독성에 매우 민감한 물벼룩의 특성을 척도로 삼은 친환경 정화 방식이다.
전자업계가 특히 물 관리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사업장에서 생산하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제품의 양이 늘어나는 것과 비례해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오·폐수 양도 상당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최근 발표한 ‘2022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23개 사업장에서 회사의 취수량은 1억6366만톤, 방류량은 13만955톤에 달했다.
업계 관계자는 “제조공정에 용수 사용량이 많은 전자업계 특성상 최적화된 물 관리에 신경을 더 쓸 수밖에 없다”며 “단순히 ESG 차원뿐 아니라 수자원 사용 효율성 극대화를 위해서도 필요한 과정”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