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여성 방에 쌓여있던 쓰레기. 아이러브고시원
20대 여성이 고시원 방 안에 쓰레기를 잔뜩 쌓아두고 지낸 사실이 1년 만에 드러났다. 고시원 사장은 이 여성을 즉시 퇴실 조치한 뒤 쓰레기를 치웠지만, 냄새 등이 지속되는 상황을 토로했다. 이 여성의 가족은 그가 성인이라는 이유로 책임을 회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시원 전문 커뮤니티 아이러브고시원에는 지난 9일 ‘저희 고시원에서도 나왔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서울에서 고시원을 운영 중이라는 사장 A 씨는 “여름이 되니 (문제의 여성) 방 주변에서 냄새가 심하게 나더라. 문 열어 보고 경악해서 당장 퇴실 시켰다”고 올렸다. 그도 그럴 것이 원룸형 방 안에는 쓰레기가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다.
사장이 공개한 사진에는 택배 상자부터 각종 배달 음식 용기, 사용한 뒤 닦지 않은 그릇, 음식물이 물든 나무젓가락, 햄버거·피자 등 패스트푸드 포장 쓰레기 등이 발 디딜 틈 없이 방 안에 쌓여있다. 오래된 쓰레기로 인해 벽지 일부는 누렇게 변색됐다.
사장은 여성이 퇴실한지 일주일 만에 쓰레기를 다 정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현재까지도 악취가 난다며 조언을 구했다. 고시원을 운영하는 이들은 사장의 사연에 “저런 사람들 많다” “우리보단 쓰레기가 덜 나온 것 같다” 등 공감했다. 그러면서 “도배 새로 하고 침대 다 버려야 한다” “디퓨저 3~4개 가져다둬라” “(나도) 사람 구해서 같이 치웠다” 등의 댓글을 달았다.
20대 여성 방에 쌓여있던 쓰레기. 아이러브고시원
일각에서는 ‘저장강박증이 아니냐’고 추측하기도 했다. 저장강박증은 사용 여부와 상관없이 물건을 모으고, 모으지 못할 경우에는 불쾌한 감정을 호소한다. 의사결정 능력이나 행동에 대한 계획 등과 관련된 뇌의 전두엽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할 때 나타나는 증상으로 전해졌다.
사장은 “비수기에 물가는 오르고 일이 터지니 의욕도 사라진다”며 “(문제의 여성은) 입실료 두 달 밀리고 나갔다. 먹고 살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또 여성의 가족에게 연락하자 “성인(여성이 벌인 일)인데 어떻게 책임지냐”는 답변이 돌아왔다는 사실을 전하기도 했다.
조혜선 동아닷컴 기자 hs87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