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부도 상태인 스리랑카가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대통령과 총리가 퇴임을 발표하는 등 정치적 격랑에 휘말리자 중국이 당황하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역점 사업인 일대일로(一帶一路·경제영토 확장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과도하게 차관을 얻어 쓴 것이 스리랑카 국가 부도에 결정적이었다는 주장이 확산하고 있어서다. 중국에 대한 스리랑카 국민 여론도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11일 중국 관영 영자신문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스리랑카 주재 중국대사관은 스리랑카거주 중국인들에게 “현재 스리랑카 상황이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면서 “주변 상황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말고 외출을 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반정부 시위로 국가 최고지도부가 붕괴되고 치안이 혼란해져 자칫 중국인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대사관은 “스리랑카 빈민이나 경제 위기에 처한 지역에 연료, 식량 등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면서 “중국은 스리랑카의 안정을 원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때 인도양 국제무역 요충지로 주목받으며 고성장을 구가했던 스리랑카는 올 4월 일부 부채 상환을 일시 유예한다고 밝힌 뒤 5월 18일 디폴트(채무불이행)를 공식 선언했다. 스리랑카 국가부채는 현재 약 510억 달러(약 66조 원)로 이중 250억 달러(약 32조 원)를 2026년까지 상환해야 한다.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부채와 지급이자는 70억 달러(약 9조 원)가량이지만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상황이다.
글로벌타임스는 “스리랑카 정부의 대외 부채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0%에 불과하다”면서 “중국이 스리랑카 부채 문제의 근원이란 이야기는 완전한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스리랑카 정부가 5월부터 채무 상환 유예 및 탕감을 요청했지만 중국 정부가 미온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반중(反中)정서마저 생기는 분위기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