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가 피격으로 숨진 지 이틀 만에 치러진 10일 참의원(상원) 선거에서 집권 자민당이 압승한 가운데 미 달러 대비 엔화 가치 또한 24년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아베 전 총리가 집권 중 추진했던 ‘아베노믹스(엔 약세 및 금융완화 등을 통한 수출 증가 및 경제활성화)’ 정책이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엔 하락이 가속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11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한때 도쿄 외환시장의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은 0.9% 하락하며 장중 137.28엔을 돌파했다. 1998년 9월(137.95엔) 이후 24년 만의 최고치를 경신했다. 엔 가치는 올들어 달러 대비 16% 하락했다. 한국, 미국, 영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 대처를 위해 잇따라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있음에도 일본은행이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인상에 나서지 않고 있는 현상이 반영됐다.
이날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 역시 “침체된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통화부양책을 주저하지 않겠다”며 엔 약세를 계속 용인할 뜻을 비쳤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을 고려할 때 일본 경제는 매우 큰 불확실성에 놓여있다. 경제 회복을 위해 필요하다며 통화 부양책을 강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채완기자 chaewa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