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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모빌리티 지분’ 매각 나서자… 노조 “생존 위협” 반발

입력 | 2022-07-12 03:00:00

카카오, 첫 계열사 매각 암초 만나



11일 오전 서울 중구 성공회빌딩 본관에서 카카오 공동체 노동조합 크루유니언은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등과 ‘카카오모빌리티 투기자본 MBK 매각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려는 카카오의 태도는 용납되어선 안 된다”고 밝혔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택시 플랫폼인 카카오모빌리티 지분 매각을 추진해온 카카오가 내부 반발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카카오 노동조합은 카카오가 자회사 카카오모빌리티 보유 지분을 매각해 최대주주에서 물러나는 방안을 추진하는 데 대해 11일 기자회견을 열어 반대 의견을 밝혔다. 사업 확장으로 몸집을 키워온 카카오가 주요 계열사의 경영권 매각에 나선 것은 물론이고 이로 인한 내부 갈등을 겪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카카오 공동체 노동조합인 크루유니언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700여 명의 직원과 수십만 명의 플랫폼 노동자가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며 “회사는 약속했던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라”고 밝혔다.

카카오 내부가 갈등에 휩싸인 것은 카카오가 사모펀드사 MBK파트너스에 카카오모빌리티의 지분을 매각하려고 협상 중이라는 말이 나오면서부터다. 당초 카카오 측은 매각설에 대해 ‘결정된 바 없다’고 했지만 카카오 공동체 투자를 총괄하는 배재현 카카오 공동체얼라인먼트센터(CAC) 투자거버넌스 총괄이 6일 사내 공지 글을 통해 “카카오모빌리티 지분 10%대 매각을 통해 2대 주주로 지분을 변경하는 구조를 검토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방향성을 설명했다.

카카오 노조 측은 기자회견에서 카카오모빌리티가 사모펀드로 넘어갔을 때 부정적인 파급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서승욱 크루유니언 지회장은 “사모펀드 특성상 사회적 책임보다 이윤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며 “효율성을 위해 노동자들의 지위는 불안정해질 것이고 가격 인상 등으로 소비자들 역시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카카오모빌리티 최대주주는 카카오로 57.6%의 지분을 갖고 있다. 이어 미국계 사모펀드 텍사스퍼시픽그룹(TPG) 컨소시엄(29.0%)과 칼라일(6.2%)이 주요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하고 있다. MBK파트너스가 카카오 보유 지분 10%대에 FI 지분까지 매입해 1대 주주로 올라서는 방안이 유력하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017년 카카오에서 물적 분할됐으며 대리운전, 내비게이션, 주차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카오T’가 주력 서비스다. 업계에서는 카카오모빌리티의 기업공개(IPO)가 사실상 어려워진 상태에서 카카오가 자금을 확보하고, FI의 투자금 회수를 돕기 위해 지분 매각을 추진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해 문어발식 확장, 골목상권 침해 논란 등을 겪으며 택시 플랫폼 사업 확장에도 부담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카카오 측은 “카카오모빌리티가 카카오라는 울타리를 넘어 더 큰 혁신과 성장을 지속할 수 있는 구조를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카카오는 카카오모빌리티 매각 논란이 카카오 경영 전반에 영향을 줄 가능성에 대해서도 주시하고 있다. 회사 경영진은 내부 반발에 대해 전 구성원과 소통하는 자리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