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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 관록의 김신록… 100분간 1인 16인역

입력 | 2022-07-12 03:00:00

넷플릭스 ‘지옥’ 등 강렬한 연기
1인극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
뇌사자 장기이식 24시간 다뤄



김신록이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에서 저주받은 박정자 역을 연기한 장면. 그는 박정자 역에 대해 “죽음을 앞두고 지킬 수 없는 것(두 아이)을 지키려는 힘이 간절했던 사람”이라고 했다. 넷플릭스 제공


지옥행을 고지받고 두 아이와 사별을 앞둔 엄마(넷플릭스 시리즈 ‘지옥’), 악귀에 들린 딸을 구하려고 타인에게 저주를 내리는 무당(tvN 드라마 ‘방법’)…. 배우 김신록(41·사진)에게 주어진 배역은 강렬하고 기괴하다. 극단적 상황에서 드라마틱한 인물을 연기한 그는 단숨에 대중에게 각인됐다.

김신록은 2004년 연극 ‘서바이벌 캘린더’로 데뷔해 18년째 연기를 이어가고 있다. 한 해도 빠짐없이 연극 무대에 섰던 그가 이번엔 1인극에 도전한다. 26일 개막하는 연극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 연습에 한창인 그를 최근 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연습실에서 만났다. 그는 “연극 무대에 설 때 힘을 얻는다. 무대에서 활성화된 에너지가 다른 영상 작품을 찍는 데도 도움을 준다”고 했다.

‘살아있는…’은 서핑을 하다 사고로 뇌사 판정을 받은 19세 청년 시몽 랭부르의 장기가 타인에게 이식되는 24시간을 다룬다. 프랑스 소설가 마일리스 드 케랑갈이 2014년 펴낸 동명의 장편소설이 원작이다. 국내에선 2019년 초연됐다.

“시몽의 심장, 간, 폐 등이 이식되는 과정에서 ‘시몽은 대체 무엇일까’란 질문이 나옵니다. 시몽의 장기를 시몽이라 부를 수 있을까. 해체된 장기도 그 사람이라면 여러 형태의 삶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명의 역동성과 전이(轉移)를 주제로 한 작품입니다.”

배우 한 명이 100분간 휴식 없이 16개 배역을 연기하는 모노극으로, 김신록과 함께 손상규 김지현 윤나무가 캐스팅됐다. 외워야 할 대사 분량은 A4용지 36장에 달한다.

“대사를 외울 때 ‘반드시 왜 이 말이어야 하는가’에 천착하는 편이에요. 작가가 어떤 의미로 이 단어를 선택했는지 되새기다 보니 이중, 삼중의 시간이 필요해요.”

최근 10여 년간 그는 배우보단 ‘연기 선생님’으로 살았다. 서울대 지리학과를 졸업한 그는 한양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연기를 전공했다. 메소드 연기를 배우기 위해 미국, 유럽의 극단에 방문 유학까지 다녀온 그는 무대보단 주로 강단에 섰다.

“공연을 했지만 강의로 버는 돈이 주 수입원이었죠. 2019년쯤 연기로 수익을 100% 창출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2019년부터 3년간 연기에만 전념해 전업 배우로 자리매김한 그는 연극뿐 아니라 드라마에서도 맹활약 중이다. 방영 예정인 넷플릭스 시리즈 ‘모범가족’ ‘스위트홈2’와 디즈니플러스 ‘무빙’에도 출연한다.

“일상을 다룬 작품도 해보고 싶어요. 농담 반 진담 반 ‘멜로 하고 싶다’고 말하고 다녀요. 한눈에 읽히지 않는 저의 에너지와 표정을 누군가 발견해주었음 좋겠다는 마음입니다.”

9월 4일까지, 서울 중구 동국대 이해랑예술극장, 전석 5만5000원.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