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神이라 불린 사나이, 조코비치

입력 | 2022-07-12 03:00:00

윔블던 4연패, 통산 7번째 우승
롤모델 샘프러스와 어깨 나란히… 결승 역전패 키리오스 “거의 神”
백신 안 맞아 호주오픈 출전 봉쇄… 프랑스오픈선 8강서 나달에 패배
시련 딛고 메이저 21승 통산 2위



10일(현지 시간) 윔블던 테니스 대회 남자 단식 4연패를 달성한 노바크 조코비치가 코트의 잔디를 한입 물어뜯는 자신의 ‘시그니처’ 세리머니를 한 뒤 양팔을 크게 벌린 ‘비행기 포즈’로 우승을 자축했다. 런던=AP 뉴시스


노바크 조코비치(35·세르비아)가 윔블던 테니스 대회 남자 단식 4연패를 달성했다.

조코비치는 10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 근교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린 윔블던 남자 단식 결승전에서 닉 키리오스(27·호주)에게 3-1(4-6, 6-3, 6-4, 7-6)로 역전승했다. 2018, 2019, 2021년에 이은 4연패이자 대회 통산 7번째 우승이다. 2020년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대회가 열리지 않았다. 윔블던 남자 단식 4연패는 2003년부터 2007년까지 5차례 연속 정상에 오른 로저 페더러(41·스위스) 이후 15년 만이다.

이번 우승으로 조코비치는 윔블던 남자 단식에서 7번 우승한 피트 샘프러스(51·미국)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최다인 8회 우승자 페더러에게는 1승 차로 다가섰다. 여섯 살이던 1993년 당시 샘프러스의 윔블던 남자 단식 우승 장면을 보고 테니스를 시작하게 됐다는 조코비치는 “피트의 우승이 7회인데 올해 나도 같은 걸 이루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올 시즌 들어 처음으로 메이저 대회 우승을 추가한 조코비치는 그랜드슬램 통산 우승 횟수를 21회로 늘리면서 페더러(20회)를 밀어내고 이 부문 단독 2위가 됐다. 1위는 라파엘 나달(36·스페인)로 조코비치보다 한 번 더 많은 22번 우승을 했다.

윔블던 남자 단식 우승 트로피를 안고 엄지를 세워 보이는 노바크 조코비치. 개인 통산 7번째 윔블던 우승 트로피다. 런던=AP 뉴시스

조코비치가 메이저 무대에선 시즌 세 번째 대회 만에 우승하자 영국 BBC는 “(조코비치는) 호주에서 추방을 당한 뒤로 우승하기까지 시련을 견뎌야 했다”고 전했다. 조코비치는 올 1월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호주 오픈 출전을 위해 멜버른에 도착했으나 호주 연방정부는 그를 추방했다. 코로나19 백신을 맞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지난달 끝난 시즌 두 번째 메이저 대회 프랑스 오픈에선 나달에게 져 8강에서 탈락했다.

윔블던 우승 후 조코비치는 “올해 초에 있었던 일은 분명히 몇 달간 나에게 영향을 미쳤다”며 “감정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좋은 상태가 아니었다”고 했다. 하지만 잔디코트 윔블던에서의 조코비치는 여전히 강했고 4회 연속 우승으로 건재함을 입증했다. 조코비치는 이날 결승전까지 윔블던 28연승을 달렸다. 2018년부터 이어오고 있는 기록이다.

패자(敗者) 키리오스는 조코비치를 두고 “그는 아주 침착했다. 전혀 당황하지 않는 것 같았다”며 “거의 신(神)이다”라고 했다. 조코비치는 3세트 4-4로 맞선 상황에서 키리오스의 서브 게임 때 0-40으로 뒤지다 내리 다섯 포인트를 따내며 브레이크에 성공하는 집중력을 보여줬다.

‘코트의 악동’ 키리오스는 이날 비교적 침착하게 경기를 이어가다 2세트 들어 실수가 잦아지자 흥분하기 시작했다. 경기 도중 “저 여성은 무슨 술을 700잔은 마신 것 같다”며 시끄럽게 하는 한 관중을 쫓아내 달라고 심판에게 요구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키리오스는 욕설을 해 주의를 받았다. 이번 대회에서 이미 부과받은 벌금 1만4000달러에 4000달러가 추가됐다.

키리오스는 조코비치(15개)의 두 배인 서브 에이스 30개를 기록했고, 공격 성공 횟수에서도 62-46으로 앞섰지만 실책으로 자멸했다. 키리오스는 조코비치(17개)의 두 배 가까운 33개의 실책으로 생애 첫 메이저 대회 우승을 다음으로 미뤘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