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여기, 이슈!]원숭이두창 전 세계로 전파… 인수공통감염병 관리 나서야

입력 | 2022-07-13 03:00:00

원숭이두창과 인수공통감염병



동아일보 유튜브 ‘건강기상청’ 캡처.


11일부터 질병관리청에서만 실시되던 원숭이두창의 진단검사가 전국 시도 보건환경연구원으로 확대됐다. 이번 진단검사기관 확대는 지역사회에서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다.

본보는 앞서 김인중 미국 수의병리전문의와 원숭이두창과 관련해 ‘줌터뷰’를 진행했다. 자세한 내용은 동아일보 유튜브 채널 ‘건강기상청’에서 확인할 수 있다.


원숭이두창은 1958년 연구를 위해 사육된 원숭이들에게서 수두와 비슷한 질병이 발생하면서 알려졌다. 김 박사는 “원숭이두창 바이러스는 종 특이성이 아주 높은 바이러스는 아니다”라며 “거의 모든 포유류를 감염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인수공통감염병은 사람과 동물 사이에 전파되는 전염성 질병이다. 대개 특정 동물이 가지고 있던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옮겨지면서 발생한다. 특히 동물에게서 전염된 RNA 바이러스는 체내에 침투한 후 번식하는 과정에서 돌연변이가 잘 일어난다. 돌연변이 바이러스는 사람 몸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구조로 바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비롯해 사스, 메르스, 에이즈 등 인간에게 치명적인 바이러스 전염병은 모두 야생동물로부터 유래됐다. 코로나19 숙주로는 박쥐와 천산갑, 사스는 박쥐와 사향고향이, 메르스는 박쥐와 낙타 등이 꼽힌다. 에이즈는 야생 원숭이가 가진 바이러스의 변종이다.

현재 동물에게서 유래해 인간을 공격하는 인수공통감염병은 전 세계적으로 250여종에 이른다. 일부 전문가들은 인류를 멸망으로 몰고 갈 사건으로 종종 기후변화와 유행병을 언급한다. 이때 전 세계적 유행병은 틀림없이 인수공통감염병 중 하나일 것이라고 말한다. 김 박사는 이런 빈번한 인수공통전염병 발생 원인으로 무작위한 개발로 인한 ‘환경 파괴’를 꼽았다.

일부 의학자, 환경학자는 인수공통감염병 발생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측했다. 지속적인 환경 파괴와 더불어 서로 만날 일이 없었던 사람과 동물 생활권이 겹치면서 이러한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를 겪고 난 후 전 세계는 인수공통감염병에 대한 보건의료 대응체계 변화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인수공통감염병 대응을 위해 보건부의 독립과 산하 동물청 신설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수의미래연구소는 인간의 건강이 동물, 환경의 건강과 연결돼 있다는 ‘원헬스’ 개념이 날로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근거로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보건부로 수의사의 주무 부처를 이관하고 동물청을 설립해 인수공통감염병에 대한 공동 연구와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원숭이두창에 감염되면 2∼3주의 잠복기를 지나 3∼4주 정도에 걸쳐 증상이 천천히 발현된다. 38도 이상의 급성 발열, 두통, 근육통, 피로감 등의 초기 증상이 나타난다. 1∼3일 뒤에는 얼굴이나 손바닥, 발바닥에 수포성 발진이 시작되면서 다른 부위로 퍼진다. 수두가 구진(피부가 솟아오름), 수포(물집), 농포(고름), 가피(딱지)까지 일주일이면 호전되는 것과 차이가 있다.

발진 진행도 수두와 다르다. 원숭이두창에 의해 발생하는 발진은 경계가 명확하고 중앙이 파인 수포성 발진이라는 특징이 있다. 같은 시기에 발진이 시작됐다가 수포로 일제히 바뀐다. 반면 수두는 경계가 불명확한 수포성 발진이 특징이다. 발진은 딱지가 생기기까지 빠르게 진행되지만 발진마다 진행 단계가 다를 수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최근 환자들에게서 발열이나 두통, 근육통 대신 입이나 생식기 또는 항문 주변에 발진 징후가 먼저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또 항문·직장 통증, 직장 출혈, 장염 등을 새로운 증상으로 추가했다.

정두련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원숭이두창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생활 속에서 손 씻기 등 개인위생 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감염된 환자, 동물, 바이러스에 오염된 물질과 접촉할 경우 감염될 위험이 높은 만큼 감염된 사람이나 동물과의 직간접적 접촉을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