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 최병관의 신작 “생명 연에서 찾다”
여름은 깊어 가고 연꽃은 하루가 다르게 쑥쑥 올라오고. 사진 출처 최병관 작가
책 ‘생명 연에서 찾다’ 표지. 사진 제공 도서출판 한울 엠플러스
살아서는 화려하게, 죽은 것 같지만 새로운 생명으로 이어지는 연꽃에 대한 기록이며 찬사다. 코로나19로 세상이 힘들 때 작가는 집에서 8km 떨어진 저수지(시흥 관곡지)를 찾았다. “지난밤 밤새도록 퍼부은 폭우로 인해 하룻밤 사이에 노랑어리연이 몰살당했다… 가뜩이나 시국이 어수선하고 살아가기가 힘겨운데 왜 이렇게 물 폭탄으로 절단 내는지 하늘이 야속하기만 하다. 듬성듬성 비를 피해 숨어있는 연꽃을 찾아다녔다. 그러나 쉽게 찾을 수 없을 만큼 그 수가 줄었다. 하지만 꽃이 없으면 잎이 있으며 연밥, 연대가 있다. 모두 하나의 연으로 생각하고 사진을 찍는다. 연꽃이 사라졌다고 해서 모두 사라진 게 아니며 부활은 계속 진행 중이다. [‘부활은 계속 진행 중’에서]
밤과 낮 그리고 새벽에 그곳으로 간다. ‘일년 열두 달 공휴일이나 쉬는 날, 휴가도 없다’. 깜깜한 새벽 4시 30분까지는 촬영 장소에 가야 하기 때문에 새벽 3시에 일어난다. 뭐하는 사람인지 궁금해 하는 농부에게 작가는 사진 찍는 것도 농사일처럼 참 고단하다고 말을 건넨다.
연꽃에 숨어있는 이야기를 찾아. 사진 출처 최병관 작가
”오래도록 연꽃을 집중적으로 찍을 수 있었던 것은 ‘생명’의 신비로움을 연에서 찾았기 때문이었다. 그토록 아름다운 연꽃도 때가 되면 어김없이 말라죽는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말라죽은 연꽃 자리에는 또 다른 형체가 생겨나고 꽃 외의 연대, 연잎, 연밥은 여러 모양의 디자인 예술품으로 새롭게 탄생하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죽은 게 아니었다.
연꽃 잎이 머금은 빗방울. 사진 출처 최병관 작가
지은이 최병관은 인천시 남동구 소래포구 근처에서 태어나 사라져 가는 고향 풍경을 비롯해 주제를 선정해 사진 작업을 해오고 있다. 인위적인 것을 하지 않는 작가로 스스로를 규정한다. 필터도 쓰지 않고, 원래 찍은 프레임을 자르거나 색을 조정하는 후작업은 최대한 피한다. 피사체를 존중하고 작심(作心)을 숨긴다. 시인이라고 하기엔 글이 길고 소설가라고 하기엔 담백하다. 글쪽으로 따지자면 수필가 쯤 될까? 그러기엔 그의 사진과 그의 시선은 독창적이고 아름답다. 사진찍는 철학가라고 불러도 무방하지 싶다.
인간이 감히 흉내 낼 수 없는 멋진 디자인. 사진 출처 최병관 작가
연꽃이 떠난 그 자리에는. 사진 출처 최병관 작가
사랑할 때 더 아름다운 생명. 사진 출처 최병관 작가
변영욱 기자 cu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