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한창때 전자기기 대거 교체, 금리인상-인플레에 소비위축 겹쳐
PC 글로벌 출하량 1년새 15% 급감, 스마트폰 출하도 2850만대 줄어
삼성-SK 1분기 D램 매출 동반 하락, 삼성 점유율은 42.7%로 소폭 증가
마이크론 “신규 설비 투자 축소”… 업계 “옛 침체기 비해 재고수준 양호”
지난해 하반기(7∼12월)부터 PC, 스마트폰 등 대표적인 전자기기들의 수요가 하락세로 접어들면서 메모리반도체 업계의 실적 타격이 현실화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 1, 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1분기(1∼3월) D램 매출이 나란히 감소한 데 이어 3위인 미국 마이크론은 아예 신규 설비 투자를 축소하기로 했다.
○ 삼성전자·SK하이닉스 D램 매출 동반 하락
12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삼성전자 D램 매출은 지난해 4분기(10∼12월) 대비 900만 달러(약 118억 원) 줄어든 103억43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7∼9월)에 115억3000만 달러를 기록한 뒤 두 분기 연속 하락한 것이다. D램 시장 전체 규모는 더 큰 폭으로 감소해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같은 기간 41.9%에서 42.7%로 오히려 소폭 늘었다.
글로벌 2위인 SK하이닉스의 매출 하락 폭은 훨씬 컸다. 이 회사의 1분기 D램 매출은 직전 분기 74억3000만 달러보다 8억7100만 달러 줄어든 65억5900만 달러였다. 시장 점유율도 지난해 4분기 30.1%에서 올해 1분기 27.1%로 줄었다.
마이크론은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2021 회계연도 3분기(3∼5월) 실적을 발표하면서 우울한 전망을 내놨다. 4분기(6∼8월) 매출 전망치를 시장 추정치(약 91억 달러)에 한참 못 미치는 72억 달러로 발표했다. 산자이 메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당시 “향후 몇 분기에 걸쳐 공급 과잉을 피하기 위해 생산량을 조절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달 초 CNBC와의 인터뷰에서도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떨어지면서 스마트폰 판매에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스마트폰·PC 시장 수요 침체 직격탄
D램 주요 수요처 중 하나인 스마트폰 시장은 올 들어 뚜렷한 위축을 보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던 2020∼2021년 전자기기 교체 수요가 대거 소화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공급망 위기, 인플레이션 심화에 따른 세계 각국의 금리 인상으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출하량은 지난해 4분기 3억7140만 대에서 올 1분기 3억2640만 대로 4500만 대(12.1%)나 줄었다. 작년 1분기의 3억5490만 대와 비교해도 2850만 대(8.0%) 감소한 수치다.
PC 시장 전망도 밝지 않다. 11일(현지 시간) 시장조사업체 IDC 발표에 따르면 올해 2분기(4∼6월) 글로벌 PC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15.3% 줄어든 7130만 대에 그쳤다. 전 분기에 이은 두 분기 연속 감소세다. 지테시 우브라니 IDC 모바일디바이스 연구원은 “불경기에 대한 공포가 지속적으로 커지면서 전 업종에서 수요를 약화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최소 올 하반기까지 글로벌 수요 침체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D램 시장 하락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마이크론은 이미 올 하반기 신규 공장 및 설비 투자 계획을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하반기 경영 전략 수정에 나설지 주목하고 있다. 글로벌 D램 가격(DDR4 PC용 범용 기준)은 지난해 7월 4.1달러를 기록한 이후 꾸준히 하락세를 보여 지난달 말 3.35달러까지 내려왔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수요 둔화로 D램 가격 하락 전망은 불가피하지만 과거 다운사이클(침체기)에 비해 재고 수준은 나쁘진 않은 상황”이라며 “향후 시장 움직임에 따라 가격 협상 전략 등 하반기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