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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나는 자동차의 꿈, ‘기술’만으론 못 연다 [광화문에서/김재영]

입력 | 2022-07-13 03:00:00

김재영 산업1부 차장


15일 개막하는 부산국제모터쇼에는 언뜻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 보인다. 통신사 SK텔레콤이다. 물론 자율주행차 등 차량과 통신의 결합이 새로운 일은 아니다. 그런데 이들의 손가락은 지상이 아닌 하늘을 가리킨다. ‘에어택시’ ‘플라잉카’ 등으로 불리는 ‘도심항공교통(UAM)’ 가상 체험을 내세웠다. 같은 날 서울에서 열리는 ‘2022 대한민국 드론·UAM 박람회’에도 UAM 관련 기업·기관들이 총출동해 하늘을 향한 꿈을 자극한다. 작년까진 ‘드론 박람회’였는데 올해부터 이름이 바뀌었다.

어릴 때 상상하던 미래 모습의 대표적인 소재가 ‘하늘을 나는 자동차’였다. 하지만 이제 꿈이 아니라 불과 2, 3년 앞 현실이 됐다. 프랑스는 2년 뒤 파리 올림픽에서, 일본도 2025년 오사카·간사이 세계박람회에서 UAM을 관람객에게 선보일 계획이다. 우리 정부도 2025년 부분 상용화를 목표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상의 2차원에서 하늘의 3차원으로의 이동과 공간 구조의 획기적 변화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UAM은 전기를 동력으로 수직 이착륙하거나 단거리 활주로를 이용하는 소형 비행체를 활용하는 대표적 미래 모빌리티 산업이다. 비행체 개발만이 전부는 아니다. 자율주행, 인공지능(AI), 배터리, 신소재, 통신, 소프트웨어 등 첨단 기술의 집약체인 데다 다양한 사업 분야로의 파급 효과도 크다. 지난해 미국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세계 UAM 시장 규모가 2040년에는 1조10억 달러(약 1310조 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에는 도심에 한정된 UAM을 넘어 지역 간 이동까지 포함하는 ‘선진 항공 모빌리티(AAM)’라는 개념으로 확장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완성차 업체, 통신사, 모빌리티 기업, 항공사 등 다양한 분야의 50여 개 기업이 손을 잡고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국내에서 UAM 기체를 개발하는 기업은 손에 꼽을 정도이고, 주요 분야의 기술 수준은 세계 최고 수준의 60∼70%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배터리, 정보통신기술(ICT) 등의 강점을 살린다면 따라잡을 수 있다. 이착륙장(버티포트) 확보, 수도권 비행금지구역 해결, 기술 표준과 인증 등의 제도·인프라 개선도 과제다.

중요하지만 간과할 수 있는 것은 ‘사회적 수용성’이다. 머리 바로 위에서 UAM이 수시로 날아다니는 상황을 사람들이 받아들일지, 안심하고 탈 수 있을지가 문제다. 깐깐한 안전성 검증과 홍보가 중요해질 것이다.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경제성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택시 등 기존 유상 운송 사업자들의 반발은 어떻게 해결할지도 미리 생각해 봐야 한다. ‘에어택시’도 택시니 택시 면허를 받으라는 말이 나올지도 모른다.

아직 비행기도 뜨지 않았는데 먼 미래의 뜬구름 잡는 얘기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중요한 건 미래 변화를 한발 앞서 내다보고 미리미리 준비하는 자세다. 비행기와 이착륙장이 준비된다고 해도 정작 엉뚱한 곳에 발목이 잡힐 수도 있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모빌리티 혁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은 단지 기술이 부족해서만은 아니었다.


김재영 산업1부 차장 redf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