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8〉 잘 어울리지 못하는 아이
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의 얼굴이 시무룩하다. 부모가 걱정이 돼서 물었더니, “애들이 나를 싫어해. 나를 안 끼워줘”라고 대답한다. 아이의 얼굴에는 슬픈 빛이 가득하다. 부모는 가슴에 뭔가 묵직한 것이 덜컥 내려앉는다.
많은 사람들은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게 되면 부모들이 ‘공부’를 가장 걱정할 거라고 예상한다. 하지만 실제로 부모들은 공부보다 아이의 친구 관계를 더 걱정한다. 친구 관계 중에서도 아이가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할까 봐, 학교에서 혼자 외롭게 지낼까 봐 걱정을 많이 한다.
아이도 마찬가지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이후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아이들이 가장 스트레스를 받는 대상은 바로 친구이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친구를 좋아한다. 사귀고 싶어 한다. 그런데 그것이 생각보다 어렵다. 아주 가깝고 친밀한 친구를 많이 사귀고 싶은데, 잘되지 않아 외로워하는 아이들이 많다. 그런 아이들은 종종 “애들이 나를 싫어해. 나를 안 끼워줘”라고 말하며 눈물을 비치기도 한다. 이런 말을 들으면 부모는 짠한 마음에 아이의 친구 관계에 다소 초조하고 다급한 마음이 되고 만다.
나는 그런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해준다. “영어로 ‘같은 반 아이’는 ‘classmate’, 친구는 ‘friend’라고 해. 분명히 구별이 되지. 그런데 우리는 ‘친한 친구’도 ‘친구’, ‘같은 반 아이’도 ‘친구’라고 해. 이걸 네가 구분해야 돼. 같은 반 아이들은 등교할 때부터 하교할 때까지 싸우지 않고 괴롭지 않게 생활하면 되는 거야. 네가 궁금한 거 물어보고, 다른 누군가도 네게 무언가 물어보면 대답해줄 수 있을 정도면 돼. 친한 친구는 특별한 사이이기 때문에 만나면 반가워하고 놀지만 같은 반 아이는 사정에 따라 너와 놀지 않기도 해. 친한 친구는 네가 도움이 필요할 때 도와주지만 같은 반 아이는 사정에 따라 못 도와주기도 하지. 친한 친구, 소위 ‘절친’은 누구나 대개 3명을 넘기가 어려워. 친한 친구는 시간을 들여서 만들어 가는 거야. 같은 반 아이들이랑 모두 ‘절친’처럼 지낼 수는 없단다. 그건 기대하지 마. 그런데 같은 반 아이 사이로 시작해서 친한 친구가 되기도 해.” 이렇게 말하면 의외로 아이들이 굉장히 마음 편안해한다. 이제야 반 아이들이랑 어떻게 지내야 할지 알 것 같다고 대답하기도 한다.
아이가 같은 반 아이들과 모두 친하게 지낼 수 있다면 물론 좋을 것이다. 하지만 어려운 일이다.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그렇다. 어른들도 직장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동료’라고 부르지, 그들 모두를 ‘내 친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른들도 직장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모두 친하지는 않다. 아이들의 친구도 그것과 비슷하다. 어느 하루, 학교에서 같은 반 아이하고 신나게 놀았다고 가정하자. 그 아이와 우리 아이를 친한 친구라고 말하기는 좀 어렵다.
많은 아이들이 ‘같은 반 아이=친한 친구’라고 이해하고 있다. 그런데 그렇게 이해하면 친한 친구라면 있어야 할 교류가 같은 반 아이들과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아이는 쉽게 ‘난 친구가 없어’라고 느낄 수 있다. 아이에게 같은 반 아이가 곧 친한 친구는 아니라고 말해 주었으면 한다. 같은 반 아이와는 다투지 않고 물어볼 것은 물어보며 지낼 수 있으면, 잘 지내고 있는 거라고 가르쳐 주었으면 한다.
부모들도 아이의 같은 반 친구를 그렇게 생각해야 한다. 학교 끝나고 같은 반 아이들과 놀게 하려고 지나치게 애쓰지 않아도 된다. 아이의 친구에 대해서 조급해하거나 불안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