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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플라스틱 쓰레기’ 세계 2위인데… 재활용률 고작 12%, 왜?

입력 | 2022-07-13 17:20:00

BBC 제공


66개. 영국 한 가정에서 일주일 동안 나온 플라스틱 쓰레기 수다. 무심결에 사용하고 버리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1년간 쌓이면 한 가구당 3432개, 영국 전체로는 1000억 개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단체 그린피스와 에브리데이플라스틱이 지난달 영국 전역 10만 가구를 대상으로 한 ‘빅 플라스틱 카운트(The Big Plastic Count)’ 조사 결과다. 영국에서 실시한 플라스틱 관련 조사 중 최대 규모인 이번 조사는 참여한 10만 가구, 25만 명이 제출한 일주일간 버린 플라스틱 폐기물 기록을 바탕으로 이뤄졌다.

전체 플라스틱의 83%는 음식, 음료 포장재였다. 과일과 채소 포장에 사용된 플라스틱이 102만 개였다. 품목별로는 과자봉지(101만 개)가 가장 많았고, 소스나 익힌 과일 같은 부드러운 음식 및 음료 포장재, 단지나 튜브 그리고 접시, 벗길 수 있는 뚜껑 등이 뒤를 이었다.

이렇게 버려지는 플라스틱 폐기물 중 12%만이 영국 내 시설에서 재활용됐다. 46%는 소각, 25%는 매립, 나머지 17%는 해외로 보내졌다. 재활용률이 낮은 이유는 전체 플라스틱 폐기물의 62%가 제대로 수거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 재활용이 쉽지 않은 부드러운 플라스틱이나 비닐 같은 플라스틱 필름이 전체 폐기물의 57%를 차지했다.

에브리데이플라스틱은 “장애가 있거나 거동이 불편한 사람은 독립적으로 살면서 삶의 질을 높이려면 가공식품을 자주 살 수밖에 없어서 플라스틱 포장을 피하기 정말 어렵다”며 “식료품 시장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대형마트에 큰 책임이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영국의 플라스틱 폐기물 양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이다. 이번 조사 결과를 영국 전역으로 넓힌다면 일주일에 18억5000만 개, 1년에 965억7000만 개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나오는 것으로 추산된다. 조사 주체 측은 “이 조사가 참여 가정에 플라스틱을 덜 소비하게 만들었을 수도 있어 실제 결과는 이보다 더 많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가 부각되자 영국 많은 슈퍼마켓은 빵 봉지나 식품용 비닐 등을 재활용하겠다며 매장에서 직접 수거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최대 유통업체 테스코는 이렇게 수거한 플라스틱 폐기물 일부를 해외 매립지나 소각시설에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에브리데이플라스틱은 “현재 시스템은 재활용에 많은 초점이 맞춰져있지만 애당초 플라스틱 포장재 생산을 줄이는 일이 더 시급하다”며 재사용 가능한 포장재를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린피스도 “현재 추세라면 플라스틱 생산량은 향후 20년간 두 배로 증가할 것”이라며 ‘2025년까지 일회용 플라스틱 생산 50% 감축’과 ‘쓰레기 수출 금지’ 등의 조치를 취하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