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DB
신용대출과 전세자금대출로 4억5000만 원을 빌린 직장인 김모 씨(34)는 요즘 은행 문자메시지 받기가 겁난다. 올 초만 해도 한 달 80만 원 정도였던 대출 이자가 단숨에 140만 원 이상으로 불었기 때문이다. 김 씨는 “이자가 감당이 안돼 손실을 보고 있는 주식을 팔아서라도 대출 일부를 갚을까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은행이 사상 초유의 ‘빅 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면서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과 빚으로 연명해온 자영업자 등은 패닉에 빠졌다. 기준금리가 인상된 지난해 8월 이후 가계가 부담해야 할 이자만 24조 원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미 연 최고 6%를 넘어선 주택대출과 신용대출 금리가 올해 말에는 7%를 돌파할 것으로 보여 불필요한 대출을 최대한 줄이고 물가와 금리 추이를 고려해 자금을 운용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 1인당 연간 이자 112만 원 늘어
13일 한은에 따르면 5월 현재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의 77.7%는 금리 인상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는 변동금리 대출이어서 빅 스텝의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한은이 금리 인상에 본격 시동을 건 지난해 8월부터 이날까지 기준금리가 1.75%포인트 오른 것을 감안하면 가계의 이자 부담은 약 23조8200억 원 불어난 셈이다. 대출자 1인당 추가로 내야 할 이자는 연간 112만 원에 이른다는 계산이 나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이후 ‘빚투’(빚내서 투자), 영끌에 나섰던 대출자들의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고 것이다. 직장인 이모 씨(45)가 받은 신용대출 2억 원의 금리도 2년 전 2.5%에서 지난달 4.2%로 치솟았다. 이 씨는 “대출 이자는 40만 원에서 70만 원으로 늘었는데 주식은 20% 넘게 손실을 보고 있어 눈앞이 깜깜하다”고 했다.
특히 코로나19 장기화로 빚으로 연명해 온 저신용·저소득층, 다중채무자, 영세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의 부실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주담대 금리 7% 진입 시간 문제
이날 현재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코픽스 연동)는 3.70~6.135%에 이른다. 기준금리가 0.5%였던 지난해 6월(2.39~4.047%)과 비교하면 금리 상단이 2%포인트 넘게 뛰었다. 이미 은행권 가계대출에서 금리 3% 미만은 빠르게 자취를 감추고 있다. 지난해 7월만 해도 금리가 연 3% 미만인 가계대출 비중은 72.2%였지만 기준금리가 1.75%로 인상된 올해 5월 9.5%로 쪼그라들었다.
송재원 신한PWM서초센터 PB팀장은 “대출 금리를 비교해 조건이 좋은 상품이 있다면 갈아타기를 시도해볼만 하지만 중도 상환 수수료를 꼭 따져봐야 한다”며 “당장 원리금이 부담된다면 대출 만기를 늘려 월 상환액을 줄이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조현수 우리은행 한남동금융센터 PB팀장은 “1년~1년 반 사이에 금리가 정점을 찍고 내려올 수 있어 급하지 않다면 대출 시점을 미루는 게 낫다”며 “금리 상한형 대출이나 적격대출 등 금리 인상을 보완해줄 상품도 눈여겨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
송혜미 기자 1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