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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어민 북송 논란 가열…美의원 “강제북송 장면 고통스럽다”

입력 | 2022-07-13 20:59:00


통일부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을 두고 전현 정부, 여야 간 충돌이 가열되고 있다. 귀순 의사를 직접 밝힌 탈북민을 문재인 정부가 북한으로 추방한 것이 법적·윤리적으로 적절했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다. 민주당은 “(북송 어민들은) 16명을 죽인 엽기 살인마이고, 당시 귀순 의사에 진정성이 없었다”고 주장한 반면, 통일부 관계자는 “귀순 의사를 밝혔다면 범죄 혐의가 있더라도 북한으로 강제 송환할 근거는 없다”는 상반된 입장을 내놨다.
● 통일부 측 “북한이탈주민 보호법, 북송 법적 근거 안돼”
당시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9년 10월 말 북한 어민 3명은 선장의 가혹행위에 불만을 품고 동해상에서 선장을 포함해 동료 16명을 어선 안에서 살해하고 시체를 바다로 유기했다. 이후 북한 김책항으로 입항했다가 공범 1명이 체포되자, 나머지 2명은 같은 어선을 몰고 남쪽으로 도주했고, 같은 해 11월 2일 한국 해군에 나포됐다. 이들은 나포 직후 귀순 의사를 밝혔다. 문재인 정부는 탈북 경위 등에 대한 조사를 거쳐 닷새 만인 7일 판문점을 거쳐 이들을 북한으로 돌려보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들이 ‘흉악 범죄자’였다는 점을 강조했다.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관련 법령에는 명백한 흉악범이 내려오면 귀순으로 인정하지 않는 조항이 있다”며 “그래서 (북한으로) 송환한 것”이라고 했다. 북한이탈주민 보호법 9조1항의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자는 보호대상자로 결정하지 않을 수 있다”는 규정에 따랐다는 주장이다.

반면 통일부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이탈주민 보호법의 비보호대상 조항이 송환을 결정하는 법적 근거는 될 수 없다”고 일축했다. 일단 탈북 주민이 귀순 의사를 밝히면 일단 대한민국 국민으로 받아들여야 하고, 재정적 지원 등을 받는 ‘보호대상자’ 결정 여부는 그 이후의 문제라는 것이다. 또 “2010년 이후 귀순의사를 밝힌 이들 중 북송된 사례는 탈북 어민들을 제외하고 단 한차례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는 이날 “살인범이든 흉악범이든 우리 사법제도에 의해 재판을 하고 (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무죄추정 원칙에 따라 절차적으로 순리대로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살인 혐의가 있더라도 한국에서 직접 수사하고 처벌해야 했다”며 “문재인 정부는 국제법 인권 헌법을 어기고 대한민국 법을 어긴 것”이라고 비판했다.

통일부

해외에서는 인권 침해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13일(현지 시간)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수잰 숄티 북한자유연합 대표는 “문재인 정부는 북한과의 관계에 치중한 나머지 북한 주민도 한국 국민이라는 대한민국 헌법을 위반했다”고 비판했다. 미국 연방하원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크리스 스미스 공화당 하원의원은 “귀순을 요구한 어민들이 자신들의 의사에 반해 정당한 법적 절차 없이 공산국가인 북한으로 강제 송환되는 사진을 보는 건 고통스럽다”고 밝혔다.
● 탈북 어민 사진 공개 뒤 여야 공방 가열

국민의힘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왼쪽), 민주당 윤건영 의원. 동아일보 DB

여야 공방은 한층 가열되고 있다. 국민의힘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강제 북송 행위는 인권을 말살하는 것일 뿐이고 관계 당국의 철저한 조사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도 이날 “진실을 낱낱이 규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인선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어떻게든 끌려가지 않으려 발버둥치는 모습은 귀순 의사가 전혀 없었다던 문재인 정부의 설명과는 전혀 다른 것”이라고 했다.

반면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만에 하나 법정에서 이들이 진술을 번복하면 무죄를 선고받을 가능성이 높았다”며 “법정에 세워서 죄를 벌할 수 없는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추방했다”고 반박했다. 또 “죗값은 커녕 외려 대한민국 국민 세금으로 그들의 일상을 보호하고 지켰어야 했나”라고도 주장했다. 같은 당 김병기 의원은 “(여당이) 한 마디만 더 하면 (당시 탈북 어민들이 자신들의 범행을 인정한) 심문조서를 공개하자고 할 것”이라고 여당을 압박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