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어제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2.25%로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 인상을 결정했다. 이로써 지난해 7월 0.5%였던 기준금리가 1년 만에 4.5배 수준으로 오르게 됐다. 금통위 직후 이창용 한은 총재는 “경기보다도 인플레이션을 먼저 잡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경기 하강과 물가 불안이라는 악재가 겹친 상황에서 물가 안정에 정책의 우선순위를 두겠다는 것이다.
한은이 통상적인 금리 인상폭의 2배에 이르는 빅스텝에 나선 것은 전례가 없는 행보다. 금통위에서 3회 연속 금리를 올린 것도 처음이다. 그만큼 지금의 물가 위기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1월 이후 가장 높은 6%에 이르렀다. 아직 통계에 반영되지 않은 전기 가스 수도요금 인상분 등을 감안하면 향후 물가 상승률은 7, 8%대에 이를 수 있다. 사람들이 예상하는 미래 물가인 기대인플레이션도 10년 2개월 만에 최고로 올랐다. 불안 심리가 임금과 제품 값을 밀어 올릴 공산이 크다.
당장 우려되는 것은 대출을 과도하게 받은 취약가구와 한계기업이 부실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이다. 가계부채가 1800조 원에 이르는 상황에서 기준금리가 0.5%포인트 오르면 가계의 이자 부담은 6조8000억 원 증가한다. 상장사 중 영업으로 번 돈으로 이자도 갚기 힘든 기업이 지난해 304곳에 이른다는 분석도 있다. ‘영끌 가계’와 ‘좀비 기업’이 연쇄 도산하면 경제 전반이 충격을 받게 된다. 취약 가구와 기업에 대한 부채 구조조정과 2금융권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
그 여파로 자본 유출이 일어나고 원화가치 하락, 수입 물가와 국내 물가 상승의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한 최악의 시나리오다. 한은은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로 자본 유출 우려를 차단하는 동시에 추가 금리 인상으로 인플레와의 전쟁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지금은 금리 인상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긴축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