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서 버스에 끼여 70m 끌려가… 인솔교사 동승했지만 사고 못막아 이달에만 어린이 2명 사고로 사망… 4일 통학버스, 7일 굴착기에 치여 “보도 차단바 등 보호조치 강화를”
이번 달에만 어린이가 사망하거나 크게 다친 교통사고가 전국에서 3건이나 발생했다.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운전자의 부주의 때문에, 혹은 통학버스 승하차 시 어른들의 부주의 때문에 2명이 숨지고 2명이 크게 다쳤다. 이를 두고 현행 ‘세림이법’과 ‘민식이법’의 허점을 지적하며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세림이법 지켰지만 사고 못 막아
조사 결과 버스엔 A 군 외에 3, 4명의 원생과 인솔 교사 1명이 탑승했다. 통학차량에 성인 보호자가 동승하도록 하는 ‘세림이법’을 지켰지만 사고가 난 것이다.
사고 당시 버스가 어린이집 앞에 정차하자 인솔 교사는 어린이집 앞에 서 있던 교사들에게 아이들을 인계했고, 아이들은 버스 뒤를 돌아 어린이집까지 이동했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이 모두 이동한 것을 확인하지 않고 차량이 출발하는 바람에 A 군이 차량 오른쪽 뒤 범퍼에 끼여 70m가량 끌려갔다. 뒤늦게 A 군을 발견한 교사들이 차량을 멈춰 세웠지만 A 군은 이미 중상을 입은 상태였다. 경찰 관계자는 “출발하는 버스에 A 군의 가방 등이 걸린 것 같다”고 했다.
○ 민식이법에도 허점
7일 오후 경기 평택의 한 초등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선 50대 기사가 몰던 굴착기가 횡단보도를 건너던 초등학생 2명을 치어 1명이 숨지고 1명이 크게 다쳤다. 피해 어린이들은 보행신호에 횡단보도를 건넜지만 굴착기 운전기사가 신호를 무시하고 주행하다가 사고를 냈다.하지만 경찰 검토 결과 굴착기는 건설기계로 분류돼 스쿨존 내 사고를 가중처벌하는 ‘민식이법’에서 규정한 ‘자동차’에는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에서는 뒤늦게 건설기계도 민식이법 적용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교통사고 3건 모두에서 운전기사는 경찰에서 아이들을 보지 못했고, 아이들을 친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특히 부산에서 발생한 사고 2건은 보호자가 가까이 있었음에도 사고를 막지 못했다. 이 때문에 어린이 보호 조치가 더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진우 부산경찰청 교통안전계장은 “현행법은 후방영상장치와 후진경고음 발생장치를 통학차량에 설치하도록 규정했지만 측면 및 정면 사고에 대한 규제는 없다”며 “경찰청 등에 관련 규정 보완을 건의할 예정”이라고 했다. 최재원 도로교통공단 교수는 “미국의 경우 통학버스 문이 열리면 보도 쪽으로 차단 바(Bar)가 내려진다. 아이가 차량 앞쪽으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며 “국내에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유채연 기자 yc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