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대법원 모습. 2022.3.14/뉴스1
배우자가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지 않은 채 이혼을 계속 거절한다면 혼인 파탄의 책임이 있는 배우자도 이혼을 청구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이혼소송에서 한 차례 패소한 남편 A 씨가 아내 B 씨를 상대로 다시 이혼을 청구한 사건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인천가정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13일 밝혔다.
A 씨와 B 씨는 2010년 3월 혼인신고를 했고, 같은 해 12월 딸을 낳았다. 이듬해부터 부부 사이에 갈등이 생겼고 A 씨는 2016년 5월 집을 나갔다. A 씨는 이후 B 씨를 상대로 이혼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집을 나간 남편의 책임이 크다며 이혼 청구를 기각했다. 혼인 파탄의 책임이 더 큰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른 판결이었다.
A 씨는 2019년 9월 다시 이혼소송을 제기했지만 1, 2심 재판부는 A 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B 씨에게 혼인 관계를 지속할 마음이 있는지, A 씨의 유책성이 어느 정도 희석됐는지를 다시 따져보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B 씨는 집으로 돌아오라는 요구만 반복할 뿐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A 씨는 양육비 등을 꾸준히 지급해 왔으므로 유책성이 희석됐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허용할 수 있는 경우의 판단 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신희철 기자 hc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