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굴러라 구르님’ 운영 김지우씨 ‘하고 싶은말이 많고요…’ 책 펴내 “장애인 얘기? 내가 먼저 말할게요”
지난해 10월 방영된 댄스 경연 프로그램 ‘스트릿 우먼 파이터’를 보며 힙합댄서를 꿈꿨던 김지우 씨가 자신의 휠체어에 그라피티를 새긴 뒤 촬영한 화보. 포토그래퍼 장모리 제공
형형색색의 그라피티가 새겨진 ‘힙(Hip)’한 휠체어…. 유튜브 채널 ‘굴러라 구르님’ 운영자인 뇌성마비 장애인 김지우 씨(21)에게 휠체어는 패션이다. 그는 지난해 9월부터 매달 한복, 웨딩드레스 등 다양한 의상을 입고 그에 알맞은 휠체어 디자인을 선보이는 화보 프로젝트 ‘이달의 휠체어’를 진행 중이다. 그가 거리에 나설 때마다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된다. 휠체어를 타고 있어서가 아니라 그의 휠체어가 눈에 띌 정도로 개성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저의 휠체어가 타인의 시선을 받아내는 수동적인 존재였다면 이제는 타인의 눈길을 끄는 패션이 됐어요. 요즘은 그 시선을 즐깁니다.”
뇌성마비 장애인, 유튜버, 서울대생, 라디오 DJ, 모델, 연극배우…. 하고 싶은 일도, 하고 싶은 말도 많은 김 씨가 최근 에세이 ‘하고 싶은 말이 많고요, 구릅니다’(휴머니스트)를 펴냈다. 12일 전화로 만난 김 씨는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할 수 없을 거라고 여기는 일일수록 더욱 도전해보고 싶었다. 내가 못 갈 곳도, 못 할 일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휠체어를 탄다는 이유로 꿈을 꺾지 않았다. 전교에서 손꼽히는 우등생이던 그는 “집에서 가까운 대학으로 진학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어머니의 권유에도 서울대 사회학과에 입학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갈 수 있으니까요.”(웃음)
그 대신 휠체어가 갈 수 있는 길을 넓혀왔다. 김 씨는 지난해 4월 ‘서울대 배리어프리 보장을 위한 공동행동’을 결성해 현재까지 관악구 예산 지원으로 서울대 인근 식당 32곳에 경사로를 설치했다. 그는 “휠체어가 들어설 수 있는 ‘맛집’ 리스트를 늘려나가면 언젠가 내가 초대받을 공간 역시 늘어날 것이란 믿음에서 출발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2017년부터 유튜브 채널을 운영한 것도 금단의 영역을 침범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어떤 방송에도 장애인 패널은 나오지 않더라고요. 아무도 우리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면 내가 먼저 말하면 되죠. 저는 하고 싶은 말이 많거든요.”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